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4일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 개회사에서 "한국이야말로 글로벌 리더" "지금이 한국 다자(多者) 외교의 전성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것은 우리 외교의 축복"이라고 말한 데 이어 2년 연속 한국 외교의 성과를 스스로 자랑한 것이다.

외교부는 지난해 윤 장관의 개회사가 "지나쳤다"는 비판을 의식해 올해는 개회사 내용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윤 장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해 "3년간 축적돼 온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4차 핵실험 직후 대북 제재에 미온적이던 중국 태도와 관련, '대중 외교 실패론'까지 거론됐던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장관은 또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을 두고 "계속 신장하는 우리의 위상과 글로벌 네트워크" 덕분이라고도 했다.

윤병세(사진 왼쪽) 외교부 장관이 1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2016년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김장수 주중 대사와 인사하고 있다. 윤 장관 뒤쪽은 안호영 주미 대사.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누구?]

윤 장관은 이날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존 햄리 소장의 말을 인용해 "미·중 양국과 공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국제무대에서 건설적인 기여를 확대하는 한국이야말로 글로벌 리더"라고 했다. 이어 "(저는) 지난 한 해 동안 넉 달을 해외에서 보냈는데, 이는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수요와 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국은 지금 다자 외교의 전성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 외교를 회고하는 대목에선 "전략적 로드맵에 따라 많은 도전들을 무난하게 극복했다" "동북아의 거센 파고 속에서도 방향성을 갖고 부단히 순항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당초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보였던 문제들뿐 아니라 외교·경제적으로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들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주변국 외교에서 쌓아온 신뢰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윤 장관은 우리 외교를 자화자찬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성과를 재외공관장에게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윤 장관은 이날 "6자 회담 틀 속에서 한·미·중 3자 대화도 머지않은 장래에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3자, 4자는 물론 5자 협의에 개방적 태도를 보인 것을 주목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재외공관장 만찬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의 길로 나서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기아로 내모는 폭정을 멈출 때까지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현재 북한은 주민 생활의 피폐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정권의 생존만을 위해 핵과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집착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와 관련, "주재국으로 하여금 자국 내에서 실제로 안보리 결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며 재외공관장의 역할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