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혁명'이라더니… 與안심번호 경선, 현역탈락 1명뿐

입력 2016.03.14 03:18

[총선 D-30] 與 여론조사 경선, 뚜껑 열어보니

1차 발표 지역구 현역 승률 90%, 현역 꺾은 한사람도 前창원시장
예비후보들 "기울어진 운동장… 신인이 이길 수 없는 구조였다"
일부지역선 "전화 두번 받아 한 사람이 두번 투표" 제보도

새누리당은 13일 '정치 혁명'이라고 공언했던 1차 공천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혁명은 고사하고 이변도 거의 없었다. 전체 20곳 경선에 지역구 현역 의원 11명이 나섰는데, 그 중 탈락은 단 1명뿐이었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00% 상향식 공천제는 정치 개혁의 완결판이자 우리 정치사의 혁명"이라며 "유망한 정치 신인들이 정치권에 대거 수혈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었다.

새누리당은 오는 20일까지 전국 최대 140개 지역구에서 휴대폰 '안심번호' 여론조사 경선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구조를 그대로 놔둔 채 치러진 이번 경선에서 '정치 혁명'이라는 말은 허언(虛言)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 대상자와 경선 지역 발표를 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 대상자와 경선 지역 발표를 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덕훈 기자
새누리당이 이날 발표한 1차 경선 결과는 현역 의원들의 완벽한 승리에 가깝다. 전·현직 의원 3명이 맞붙은 경북 안동(김광림 의원)을 비롯해 부산 연제(김희정), 경기 하남(이현재), 강원 원주을(이강후), 충남 당진(김동완), 경북 김천(이철우), 경남 창원진해(김성찬)·진주갑(박대출)·진주을(김재경) 등 9곳에서 현역들이 승리했다.

지역구에서 현역을 꺾은 사람은 박성호 의원을 이긴 경남 창원의창의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유일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은 지명도가 현역보다 높았던 이례적인 경우였다. 윤명희 의원이 경기 이천에 도전했다가 탈락했지만 윤 의원은 비례대표다.

현역 다음으로는 전직 의원과 최근까지 당협위원장을 맡은 인사들이 공천을 받았다. 서울 동대문을의 박준선 전 의원을 비롯해 당협위원장 출신인 강동호(서울 중랑을), 주대준(경기 광명을), 송석준(경기 이천)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이날 경선 결과를 받아든 예비 후보들은 "애초부터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고, 정치 신인들이 이길 수 없는 구조였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 1차 경선 지역구 현역 성적표
이번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지역구당 2만~3만명의 유권자에게 2개 여론조사 회사가 무작위로 휴대전화를 걸어 각각 1000명이 답변하면 여론조사를 종료했다. 통상 여론조사에서 일반인의 응답률이 3~4% 선에 그치지만 경선 여론조사는 10~25%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현역 의원들이 조직을 대거 동원해 전화를 받으라고 미리 지시를 내려놓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 정치 신인들은 알 수 없는 여론조사 일정을 현역 의원들이 입수해 선거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례로 경남 A의원 캠프는 지난 11일 지역구에 '오늘 2시부터 여론조사 경선이 진행된다'고 알리고 12일에도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 10시부터 여론조사를 한다'고 공지했다. 같은 시간 경쟁 후보는 여론조사 시간을 알지 못해 일반적인 지지 호소밖에 못했다. 서울·경기·경북 등 곳곳에서 전·현직 의원들이 여론조사 일정이라면서 구체적인 시간을 적시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투표를 독려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중도층'은 여론조사 전화를 받지도 않고 끊어버리는 데 비해 당원 조직 등의 응답률은 상대적으로 높아 민심이 왜곡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동원 선거'를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이 경우 현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했다. 예비 후보들은 "실제 선거 밑바닥에서는 '상향식 공천'이 아니라 '하향식 공천'인 것 같다"고도 했다. 경기 지역 B예비 후보는 "선거운동을 할 때 현역들이 공천권을 틀어쥔 전·현직 시의원, 도의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선거를 뛰어주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 고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 사람이 경선 전화를 두 번 받아 투표권을 두 번 행사했다"는 제보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두 곳이 유권자를 나눠 전화해야 하는데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여론조사 경선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우리 정치권에 숙제를 안겨줄 것 같다"고 했다.

[키워드 정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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