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국제결혼 줄어드는데… 미국 며느리, 영국·독일 사위 늘었다

조선일보
  • 강훈 기자
    입력 2016.03.12 03:00 | 수정 2016.03.13 08:22

    143개국 출신 15만명…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 배우자 국적 보니

    모잠비크·앙골라·코소보·적도기니·시에라리온·피지·수리남·니카라과·콩고민주공화국·솔로몬군도…. 여기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사람과 결혼해 국내에 정착한 외국인들의 국적이라는 것이다.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 배우자는 14만9872명이고 그들의 국적은 143개국이었다. 세계의 어지간한 나라는 우리의 사위 국가이거나 며느리 국가인 셈이다. 15년 전인 2001년 외국인 배우자의 국적이 총 88개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의 다문화 속도가 급속하게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최근 2001년과 2015년의 '국민의 배우자 국적 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한국 사람과 결혼했더라도 외국에 사는 배우자는 통계에서 제외됐다.

    콩고 사위와 피지 며느리

    외국인 배우자를 며느리와 사위로 구분해봤더니, 며느리는 116개국 12만6765명이었고, 사위는 128개국 2만3107명이었다. 외국인 며느리가 훨씬 많지만 출신 국가는 사위가 더 많았다. 한국 여성이 남성보다 배우자 선택 폭이 넓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국인 며느리는 중국인(한국계 포함)이 4만5000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베트남·일본·필리핀인 순이었다. 이어 캄보디아·태국·몽골·우즈베키스탄 며느리가 뒤를 이었다. 일본 며느리는 2001년만 해도 5700명이었으나 지금은 1만1631명으로 불어났다.

    외국인 사위는 중국인이 1만1000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미국·일본·캐나다인 순이었다. 예전엔 선진국 남성과 결혼하면 그 나라로 이민 가 사는 한국 여성이 많았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았다. 2001년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 사위는 모두 967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미국인 2433명, 일본인 1218명, 캐나다인 1109명이 국내에 기반을 잡았다.

    외국인 며느리와 사위의 국적은 전 대륙에 걸쳐 다양하게 분포했다. 아프리카 카메룬 출신 사위는 6명, 며느리는 3명이었고 르완다 출신 사위와 며느리는 1명씩이었다. 중남미의 온두라스는 사위 2명, 며느리 6명이 있었고 니카라과 출신은 며느리만 5명이었다. 남태평양 한복판 피지에서도 사위 1명과 며느리 2명을 한국에 보냈다.

    서남亞 신랑, 중앙亞 신부 많아

    일부 특정 지역은 사위나 며느리 등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많았다. 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인도·이란 등 서남아시아에선 사위가 많았고,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선 며느리가 많이 왔다.

    파키스탄 출신 사위는 현재 국내에 776명이 살고 있고, 방글라데시(296명)·스리랑카(234명)·인도(149명)·이란(105명) 사위도 적지 않았다. 산업연수생이나 유학생, 회사원 신분으로 국내에 왔다가 우리나라 여성과 결혼해 정착한 외국인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파키스탄 며느리는 103명, 방글라데시 며느리는 50명, 이란 며느리는 9명에 그쳐 이 지역 여성에 대한 한국 남성의 호감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남아시아 바로 위쪽에 있는 중앙아시아는 그 반대였다. 우즈베키스탄 며느리는 2066명인 반면 사위는 75명이었고, 키르기스스탄 출신도 며느리는 462명이었으나 사위는 10명에 불과했다. 카자흐스탄과 타지키스탄 역시 며느리 숫자가 사위 숫자를 압도했다. 미인이 많다는 속설로 이름난 중앙아시아 여성들이 한국 남성에게 인기 있다는 점이 통계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해석됐다. 물론 외국인 며느리의 다수는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 출신이 차지하고 있었다.

    유럽 사위 숫자도 과거보다 크게 늘어났다. 2000년대 초반 국내 거주 중이던 유럽 출신 사위는 6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국 사위 721명을 비롯해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스웨덴·노르웨이·벨기에 사위도 적지 않았다. 유럽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아이슬란드 출신 남성 3명도 한국 여성을 만나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 영국 여성 69명과 프랑스 여성 58명, 스페인 여성 24명 등 신랑을 따라 한국에 온 유럽 새댁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사위는 많은데 며느리가 없는 나라도 있었고 그 반대도 있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는 사위가 136명이나 있었지만 며느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우간다와 아프가니스탄 역시 각각 사위만 9명과 5명이 있었다. 반면 중남미 과테말라와 볼리비아는 며느리만 9명과 6명이 있었다. 우리 국민에게 아프리카는 남성이, 중남미는 여성이 배우자로 인기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이지리아 남성들은 아프리카 다른 나라보다 한국 방문 횟수가 많다 보니 그 과정에서 한국 여성과 많이 결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결혼 문화가 갈수록 개방화·국제화하고 있고, 그 결과 새로 맞아들이는 외국인 가족의 국적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착하는 유럽 배우자들

    이처럼 국내에 사는 외국인 사위, 며느리 수와 국적은 대폭 늘어났지만, 최근 국제결혼 건수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과거엔 국제결혼을 하고 외국에 사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젠 우리나라에 보금자리를 트는 일도 많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제결혼 건수는 2007년 3만7000여 건에서 2010년 3만4000여 건으로 줄었고, 재작년엔 2만3000여 건으로 집계됐다. 과거 국제결혼의 다수를 차지했던 한국 남성과 중국·베트남·필리핀 여성의 결혼도 계속 줄어들고 있고, 한국 여성과 일본·중국 남성과의 결혼 역시 급감하고 있다. 다만 '한국 남성+미국 여성' '한국 여성+미국·영국·독일 남성' 커플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재작년 남성 1만6000여 명이 외국인 신부와 결혼했고 여성 7100여 명이 외국인을 배우자로 선택했다.

    한편 외국인 배우자들이 국내 장기 체류를 목적으로 위장 결혼하는 사례가 가끔씩 발생하고 있다. 최근 경찰은 이슬람권 남성들로부터 위장 결혼을 시켜주는 대가로 1인당 2000만원씩 받아 챙긴 브로커 일당을 적발했다.

    이들은 취업 등을 미끼로 장기 체류를 원하는 외국인 남성들과 돈이 급한 국내 저소득층이나 장애 여성들을 연결해주고 돈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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