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세상에서 제일 빠른 '평창수트' 어떻게 만드나

    입력 : 2016.03.09 13:57

    2018년 평창,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금빛 질주를 위한 '올림픽 수트' 프로젝트가 전격 공개됐다.
    스폰서 로고를 열로 녹여 압착시킨다.
    0.01초가 승부를 가르는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수트 기술력의 차이는 메달색을 좌우한다.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로 대표되는 '신흥 빙속강국' 네덜란드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23개의 메달을 휩쓸며 급부상한 데는 '보이지않는' 기술의 차이가 컸다. 대한빙상연맹의 공식 스포츠용품 후원사인 휠라는 2014년 네덜란드 스포츠의류 전문기업 스포츠컨펙스와 독점계약을 맺었다. 수트 부문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대한민국 선수단에게 역대 최고의 '올림픽 수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가장 빠른 '올림픽 수트' 어떻게 만드나,
    각 조각들을 재봉틀로 꼼꼼히 잇는다.
    지난 7일(한국시각) 네덜란드 헤레인베인 인근 소도시 애센에 위치한 스포츠컨펙스 본사에서 베르트 판데르 툭 대표가 인터뷰에 응했다. "네덜란드는 작은 나라지만 스케이팅에 대한 국민적, 국가적 관심이 대단히 크다. 스케이팅 관련 장비, 시설에 대한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판데르 툭 대표는 스피드스케이팅, 사이클 선수 출신으로 이 분야에서 24년간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수트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선수가 달릴 때 공기저항을 줄이는 것이 스피드스케이팅의 승률을 좌우한다. 스타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스타팅 때 무릎을 눌러주고 엉덩이에 힘을 받게 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앞으로 튀어나가게끔 하체를 '업' 시켜주는 것이 핵심기술"이라고 했다.
    이상화 유니폼 주문 사이즈
    한벌의 러버수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연했다. 철저한 1대1 맞춤 제작 방식이었다. 스포츠컨펙스의 디자이너실 컴퓨터에는 스벤 크라머 등 자국 에이스들은 물론, 이상화, 이승훈 등 한국선수들의 올시즌 실측 사이즈가 보유돼 있다. 판데르툭 대표의아내이자 24년 경력의 디자이너인 에바씨가 "상화리?"하더니 'Sanghwa Lee'를 컴퓨터에 입력했다. 이상화만을 위한 '맞춤형' 수트 옷본이 모니터에 떴다. 옷본을 프린터로 출력해 얇은 폴리에스테르 등 서로 다른 재질의 패브릭을 대고 조각조각 잘라낸 후, 스폰서 로고를 열선으로 녹여 부착했다. 40년 경력의 '장인'들이 이 조각들을 재봉틀로 한땀한땀 잇대어 붙인다. 한벌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 네덜란드국가대표 선수의 경우 한시즌 38벌로 구성된 수트 세트가 지급된다. 몸에 밀착되는 '피트감'이 중요한 만큼 수트는 1회용과 다름 없다. 통상 1~2회 착용한다. 모든 공정을 거쳐 한국 선수들 손에 전달되기까지 1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월드컵 등 주요 대회 현장에선 스포츠컨펙스 관계자들이 직접 파견돼, 선수별로 모든 부위의 사이즈가 정확하게 맞는지 마지막 가봉, 수정 작업을 거친다.
    스벤 크라머 유니폼 도면
    ▶0.001초의 기술 전쟁, 항공기용 윈드터널 테스트까지
    스포츠컨펙스는 세계 최고의 러버수트 개발을 위해 2007년부터 윈드터널 테스트를 실시해왔다. 항공기, 자동차, 미사일 개발에 주로 이용되는 '하이테크' 테스트를 '올림픽 수트'에 적용했다. 8일 네덜란드 헤레인베인 인근의 군사시설 내에 위치한 독일-네덜란드 합작사 DNW에서 윈드터널 테스트 시연이 이뤄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윈드터널(9.5m×9.5m)을 구비한 곳이다. 삼엄한 경비속에 신분 확인을 통해 입장이 가능했다.
    신체부위별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실험은 폭 3m, 높이 2.25m의 작은 윈드터널에서 이뤄졌다. 현장에는 스벤 크라머와 똑같은 체형, 포즈로 만든 '더미(인형모형)'가 세워져 있었다. 윈드터널 테스트에서는 신체 부위별 공기저항 마찰계수를 측정하고, 패브릭의 적합성을 시험한다. 머리, 팔, 옆구리, 허벅지, 종아리 등 각부위에 서로 다른 5가지 패브릭이 사용된다. 다양한 풍속을 부위별로 실험했다. 실험은 풍속을 시속 90㎞에서 20㎞로 끌어내렸다가 40㎞→ 70㎞ →90㎞로 속도를 끌어올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40㎞, 70㎞ 구간이 공기저항 실험에서는 가장 중요한 구간이다. 실측 데이터가 윈드터널 위층 연구소 컴퓨터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입력됐다.
    스폰서 로고를 열로 녹여 압착시킨 후 사진..
    하루에 10~12벌의 실험이 가능하다. 회당 실험 비용은 무려 3000만원에 달한다. '2014년 소치 수트'의 경우 연구비만 연간 10억원을 투자했다. 선수 1인당 수트 개발비만 2만~3만 유로(약 2700만~4000만원)에 달했다. 메인스폰서인 네덜란드 통신사 KNB가 네덜란드왕립빙상연맹(KNSB)에 연간 120억원을 지원하고, 이중 상당 부분이 선수단 지원 및 기술 연구, 개발비로 쓰인다.
    완성된 스벤 크라머의 경기복 '러버수트'
    휠라의 신형 '평창 올림픽 수트' 개발에는 이보다 더 많은 연구비가 투입될 전망이다. 휠라는 2017년 하반기 개발을 목표로 연간 100만달러(12억원)를 지원한다. 네덜란드, 러시아, 프랑스 등 동계스포츠 강국 선수들이 애용해온 스포츠컨펙스와 '단독 계약'을 맺었다. 평창올림픽 때까지 한국대표팀과 네덜란드대표팀을 함께 후원한다. 새로운 '평창 수트'는 오직 한국, 네덜란드 선수만을 위한 것이다. 휠라 로고를 가슴에 새기고 달리는 '빙속황제' 크라머는 "몸에 잘 맞고 아주 편안하다. 내몸에 가장 잘 맞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따로 더 바라는 것은 없다"며 판데르툭 스포츠컨펙스 대표는 "평창올림픽 수트의 소재와 상세한 내용은 현단계에서는 극비사항"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휠라측은 "남자 라지(L) 사이즈의 기존 330g이 최적정 무게라고 보고 있다. 소치올림픽에선 밴쿠버때보다 공기저항 마찰계수를 4%줄였고, 평창에선 8~10% 줄이는 것을 목표"라고 밝혔다. 판테르툭 대표는 '평창올림픽 수트'의 압도적인 기술력에 자신감을 표했다. "오만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현시점에서 휠라 수트는 당신이 구입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스케이팅 수트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거라고 확신한다." 헤레인베인(네덜란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윱 후든 DNW 공기역학연구실 선임연구원이 윈드터널 테스트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