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선박의 입항을 불허한 데 이어 이미 입항한 배에 대해선 북한 귀항을 금지하는 등 대북 제재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에선 금지어로 올랐던 '진싼팡(金三
)'이 최근 다시 검색되고 있다. 진싼팡은 '김씨 집안의 세 번째 뚱보'라는 뜻으로 중국 네티즌이 김정은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9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목록에 오른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 31척 중 일부가 중국에 입항하려다 입항을 불허당해 근해를 맴돌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입항할 경우 압류 대상이 되는 이 선박들에 대해 중국이 선제적으로 입항 금지를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북한 선박들이 24시간 배 위치를 알려주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있어서 (중국 근해에) 몇 척이 있는지 파악이 어렵지만, 북한 선박에 대한 중국의 제재가 시작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이날 북·중 무역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이미 입항한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10일부터 북한 귀항을 금지하겠다'는 통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중국이 육상의 대북 교역 분야에서도 세관 담당자를 늘리고 모든 대북 수출품을 개봉해 검사하는 등 통관을 까다롭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탈북자 매체인 데일리NK는 최근 북한 평북지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지난 1일부터 북한산 광물 수출을 금지하는 바람에 당황한 일부 북한 회사 간부들이 중국 측 사업파트너에게 해상 밀수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당 자금 확보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석탄과 광물 수출의 차단은 오는 5월 7차 당 대회를 앞둔 김정은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도 했다.
'진싼팡'이 다시 검색되는 것도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 내 분위기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이 평양을 방문했던 작년 10월 이후 인터넷에서 '진싼팡'을 금지어로 묶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날 중국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 진싼팡을 검색하자, 김정은 관련 기사 및 사진 등 모두 223만건의 자료가 등장했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9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한반도 긴장 상황을 언급하며 "중국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전략 안전에 대한 우려와 이익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한반도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이날 오전 케리 장관과 통화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가 매우 긴장된 상황에서 각국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 서로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