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정보] 미국 대선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8일(현지 시각) 4개 주(州)에서 치른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3곳에서 이겨 대세론에 다시 불을 댕겼다. 트럼프는 미시간(대의원 59명)과 미시시피(40명), 하와이(19명)에서 승리해 2위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연방 상원 의원과의 대의원 확보 격차를 조금 더 벌렸다. 크루즈는 아이다호(32명)에서 1위를 차지했고, 나머지 3곳에서는 모두 2위를 차지해 반(反)트럼프 진영 단일 후보 0순위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주류의 공세와 다른 후보들의 추격에도 트럼프의 기세가 꺾이지 않아 367명의 대의원이 걸린 오는 15일 '미니 수퍼 화요일' 5개 주 경선에서 주류 측이 승리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뜻에서 "트럼프를 저지할 수 있는 시간이 1주일밖에 안 남았다"고 했다.
이날 경선에서 공화당 주류가 선호하는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연방 상원 의원은 졸전을 펼쳤다. 미시간, 미시시피에서는 10%도 득표하지 못해 대의원을 한 명도 챙기지 못했다. 15일 경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플로리다를 놓칠 경우, 후보 사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주류 측의 관심은 크루즈에게로 쏠리고 있다. 크루즈와 루비오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트럼프와 가상 대결을 벌였더니 크루즈가 훨씬 더 큰 격차로 트럼프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ABC와 워싱턴포스트의 공동 여론조사(3월 3~6일) 결과, 크루즈는 트럼프를 54% 대 41%로 이겼고, 루비오는 51% 대 45%로 이겼다. 크루즈는 두 자릿수 격차를 보였지만, 루비오는 오차 범위 내였다.
크루즈는 뜻밖의 지원군도 얻었다. 경선을 중도 포기했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동생 닐 부시 부부가 크루즈 지지를 선언했다. 크루즈 측은 "다른 후보를 밀었던 주요 지지자 13명이 캠프 재무팀에 합류했는데, 닐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자신을 '정치적 스승'으로 부르는 루비오와 경선 과정에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주고받는 등 앙금이 남아있긴 하다. 새로운 지지자 중에는 부시 전 주지사와 랜드 폴(켄터키) 연방 상원 의원,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 등 경선을 그만둔 진영 지지자는 물론이고, 루비오 지지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졸전을 펼치는 루비오 대신 그래도 성과를 내는 크루즈로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루비오가 쉽게 크루즈의 손을 들어줄 것 같지 않다. 하와이 경선과 관련해 루비오 캠프는 "크루즈 측이 아이오와 경선 당시 벤 카슨 후보가 사퇴할 것이라고 헛소문을 낸 것처럼 이번에는 루비오가 사퇴할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내는 등 추잡한 짓을 했다"며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경선에서는 뜻밖에 버니 샌더스(버몬트) 연방 상원 의원이 미시간에서 승리하면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맞설 수 있는 발판을 다시 쌓았다. 특히 샌더스의 약점이었던 흑인 표가 대거 몰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샌더스가 지금까지는 흑인 표를 평균 16% 정도 얻었는데, 미시간에서는 30%가량 얻으면서 '미니 수퍼 화요일'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CNN은 "미주리·오하이오·일리노이 등에서 샌더스가 승부를 걸 만하다"고 예상했다. 힐러리는 남부 미시시피에서는 흑인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로 83%를 득표했다.
민주·공화 양당의 후보 경쟁은 장기화할 조짐이 크다. 공화당에서는 꼴찌로 존재감을 잃었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미시간에서 선전했고, '미니 수퍼 화요일'에서 자신의 지역인 오하이오(66명)에서 승리하면 경선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도 샌더스에게 후원금이 계속 몰리면서 승패와 상관없이 경선을 계속할 기반은 탄탄해 보인다. 대의원 확보 측면에서는 여전히 힐러리에게 크게 뒤지지만, 샌더스는 자신의 '사회주의' 이념을 미국 전역에 선전하는 기회로 경선을 활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