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외식을 하거나 즉석 또는 냉동식품을 먹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음식은 대체로 나트륨 함량이 높아 건강에 좋지만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2년 이래로 라면 등 외식 78종의 음식을 분석한 ‘외식 영양성분 자료집’을 발간하고, 모든 식품 포장지 겉면에 나트륨 함량을 비교하는 그래픽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등 국민의 나트륨 과다 섭취를 경계하고 있다.
식약처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일일 나트륨 권장 섭취량인 2000mg(소금 5g) 이하에 비해서는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두 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지만, 나트륨 함량이 의외로 높은 음식들을 알아보고 생활 속에서 나트륨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무지에 든 나트륨은 김치의 두 배
혼자 산 지 5년째인 회사원 이 씨(28)는 출근하기 전 아침 식사로 우유 200ml에 시리얼을 먹었다. 점심시간에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파는 샌드위치와 코코아 한 잔을 먹었다. 퇴근 후 피곤한 그는 편의점에서 파는 쇠고기 수프 분말을 사서 저녁 대용으로 간단하게 요리해 먹었다. 그가 하루 동안 섭취한 칼로리는 1349kcal로 WHO 일일 권장 섭취량(성인 여성 기준, 1800~2100㎉)에 한참 못 미쳤지만, 나트륨 섭취량은 2710mg으로 WHO 일일 권장 섭취량(2000mg)을 훌쩍 넘어섰다. 어떤 식단이 '나트륨 폭탄'을 불러왔을까?
코코아
코코아 가루 1인분 스틱(30g)에 든 나트륨 양은 100mg, 뜨거운 우유(140ml)에 타서 마시면 총 나트륨 양은 170mg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종이컵(190ml) 한 컵도 안 되는 양을 마실 때 WHO 일일 권장 섭취량의 8.5%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적은 수치가 아니다.
마요네즈
마요네즈 87.9g에 나트륨 양은 소금 1g(400mg)에 해당한다. 즉, WHO 일일 권장 섭취량의 1/5를 먹는 셈이다. 각종 샐러드드레싱에도 마요네즈는 빠지지 않는 재료이다. 살 빼려고 샐러드를 먹었는데 오히려 몸이 부었다는 것은 드레싱 속 나트륨 때문이다.
단무지
시중에 파는 통 단무지는 100g당 나트륨 1600mg을 함유하고 있다. 배추김치가 100g당 624mg인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높다. 달짝지근한 맛 때문에 김치보다 덜 짜게 느껴진다.
수프
대형 마트 또는 편의점에서 분말로 포장돼 파는 수프는 나트륨이 높은 식품 중 하나다. 끓는 물에 분말을 넣어 휘젓기만 하면 뚝딱 완성되는 손쉬운 요리인 데다 열량도 높지 않아 자주 사 먹게 된다. 열량은 쇠고기 수프 기준으로 한 봉지(80g; 4인분)에 320kcal이지만, 나트륨의 양은 1680mg이다. 수프로 다이어트를 계획하고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식빵∙베이글
식빵 두 조각(80g)에 나트륨 347mg, 베이글 1개(107g)에는 나트륨이 무려 628mg 들어 있다. 두 종류의 빵 모두 짠맛을 느낄 수 없는데도 나트륨 함량이 예상 밖으로 높다. 여기다가 각종 잼이나 크림치즈를 발라 먹으면, 섭취하는 나트륨 양은 더 늘어난다. 참고로 백반 1공기(즉석밥 1개, 200g 기준)의 나트륨 양은 10~14mg이다.
시리얼
시리얼 영양 성분표에 적힌 1회 제공량(30g)에 나트륨 양은 200mg 안팎이다. 많은 이들이 아침식사 대용으로 우유 한 팩(200ml)과 시리얼을 먹는데, 1회 제공량보다 두 세배 먹게 된다. 결국 아침 한 끼에 나트륨 700mg 이상, 즉 WHO 일일 권장 섭취량의 35% 이상을 먹는 것이다.
샌드위치
샌드위치의 기본 재료인 식빵 두 조각의 나트륨 양은 347mg, 슬라이스 햄 3장(30g)은 264mg, 슬라이스 치즈 2장(36g)은 324mg이다. 기호에 따라 베이컨 또는 마요네즈와 같은 각종 소스를 추가하면 샌드위치 한 개에 총 나트륨은 최소 1000mg이 넘는다.
짬뽕 1인분인 1000g에 나트륨 양이 4000mg인데, 이보다 1/5 수준의 중량(200g 미만)인 샌드위치 한 개의 나트륨 양은 1000mg이다. 즉, 같은 중량을 섭취했을 때 오히려 샌드위치의 나트륨 함량이 짬뽕보다 더 높다.
작년 1월, 대전소비자연맹이 시중에 판매되는 참치 통조림 27종을 시험한 결과, 일부 제품의 실제 나트륨 함량이 표시된 함량보다 최대 4.9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 관련 기사 더 보기
나트륨은 짠맛을 내는 소금의 주성분으로 인체 필수 원소이다. 문제는 몸속 나트륨이 과다해도, 또는 결핍돼도 심장병·뇌부종 등의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나트륨 ‘민감성’일까, ‘저항성’일까
나트륨이 몸속 물을 끌어당기면서 혈액 양이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한다. 하지만, 개인마다 혈압 증가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나트륨을 배설하는 데 정상보다 높은 혈압이 요구되거나, 나트륨 섭취량이 증가했을 때 혈압이 5% 이상 증가하면 '나트륨 민감성'이라고 말한다.
반면, 혈압이 약간 상승하거나 거의 상승하지 않고도 나트륨을 잘 배설하는 사람은 '나트륨 저항성'이다. 일반적으로 비만일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신장 기능이 저하될수록 나트륨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다.
나트륨 과다할 때, 또는 부족할 때 나타나는 질환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도, 또는 낮아도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혈중 나트륨 농도는 1L당 140m㏖(밀리몰) 정도가 정상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뇌하수체와 신장에서 수분량과 나트륨 농도를 조절한다.
이 밖에,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면 무조건 저염식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트륨은 근육에 신경자극을 전달해 정상적인 근육 운동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포도당(당질의 분해물)과 아미노산(단백질 분해물)이 소장에서 잘 흡수되도록 돕는다. 그러나 땀으로 배출된 염분을 보충하는 수준이지, 부종이 생길 만큼 과도한 나트륨 섭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나트륨 배출에 좋은 음식
가장 먼저 물이 떠오른다. 물도 건강하게 마시는 방법이 따로 있다. ☞ 매일 마시는 물, 어떻게 마셔야 할까
또한, 칼륨이 몸속 나트륨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 칼륨이 많은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 몸을 유지하는 데 필수 영양소인 나트륨은 지나쳐도, 모자라도 안 되는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활동량이 많은 정도에 따라, 또는 나트륨 배출을 잘 하는 체질과 그렇지 못한 체질에 따라 개인마다 일일 나트륨 섭취량은 조금씩 차이가 있으므로 본인의 생활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 참고: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홈페이지
- 나트륨 줄이기
- 명절‧제사음식 영양성분 자료집
- 식품영양성분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