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부터 시작된 '김정은 옥죄기'

입력 2016.03.07 03:00 | 수정 2016.03.07 11:26

[北화물선 제재, 몰수 이후 규정은 없어… 필리핀이 매각 처분할 수도]

필리핀, 북한 화물선 몰수 조치… 유엔 결의안 채택 후 첫 제재
中도 北선박 31척 블랙리스트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바다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3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을 출발해 자국의 수비크만에 정박하려던 북한 화물선 진텅(金騰)호를 몰수한 뒤 선원 21명을 추방하기로 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2일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대북 제재안을 채택한 이후 북한 화물선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은 첫 사례다. 필리핀은 안보리 제재 리스트에 진텅호의 선박 번호가 등재된 것을 근거로 배를 몰수했다. 과거 네 차례 안보리 제재 결의안은 무기 등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만 제재하도록 규정했다. 반면 야자유 부산물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진텅호는 새 결의안에 따라 금수(禁輸) 물자 선적 여부와 관계없이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붙잡힌 첫 북한 선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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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수된 北화물선… 시에라리온 국기 달고 '국적 세탁' -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라 필리핀 당국에 몰수된 북한 화물선 진텅(金騰)호가 4일 수비크만 올롱가포항에 정박해 있다. 진텅호는 지난해 9월 시에라리온 국적으로 등록돼 시에라리온 국기(빨간 원)를 달고 있는 '국적 세탁' 선박이다. /AP 연합뉴스
정부 독자적인 대북제재 나선다 TV조선 바로가기
이와 함께 유엔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북한 선박 31척에 대한 단속을 중국 당국도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보도했다. 중국 해사국은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 선박 31척이 중국 항구나 해역에서 정박 또는 항해 중인지를 즉각 확인해 그 결과를 반드시 중국 교통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해사국은 또 "해당 선박들이 중국 항구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이번 조치는 유엔 제재안을 실행하는 데 있어 극도로 민감한 부분"이라고 했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은 이날 중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북한 선박 중 19척이 지난 한 달 사이 중국에 입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선박 입출항 기록 분석 사이트인 '마린 트래픽'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이 안보리 제재를 성실히 이행할 경우 바닷길을 통한 북한의 무역 활동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이 몰수한 북한 진텅호의 향후 처리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당사국(필리핀)이 유엔 제재위원회와 상의해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제재안이 몰수 이후 절차까지 규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선박 억류 이후 발생하는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당사국이 국내법에 따라 (선박을) 처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3년 7월 파나마 당국은 무기 부품과 설탕 등을 운반하던 북한 청천강호를 파나마운하에서 붙잡은 뒤 화물은 처분해 억류 비용으로 사용하고 배는 북한에 돌려준 적이 있다.

진텅호는 길이 105.5m, 무게 6830t 규모로 1997년 일본 사세보중공업이 건조했다. 지난해 9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국적으로 등록됐지만, 선박 고유인 국제해사기구(IMO) 등록 번호를 기준으로 유엔 결의안의 자산 동결 대상에 올라갔다.

유럽해사안전청에 따르면 진텅호의 서류상 선주는 홍콩 회사 '골든 소어 개발'로 나와 있으나 실소유주는 '알 수 없다(unknown)'고 적혀 있다. 북한 진텅호가 시에라리온 국적으로 돼 있는 것은 국제 해운업계에서 통용되는 관행인 '편의치적(便宜置籍·Flag of Convenience)' 때문으로 추정된다. 편의치적은 대형 해운사들이 고액의 세율이나 엄격한 검수 과정에서 오는 불이익 등을 피하기 위해 소속 선박을 제조 국가나 운항지와 상관없이 규정이 엄격하지 않은 제3국을 선적지로 등록하는 관행을 말한다.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선박 31척 중 진텅호를 포함한 10척이 이처럼 국적이 세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나서는 것도 북한을 압박할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 북한 핵심 기구인 국방위원회를 포함한 5개 기관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포함한 개인 11명을 새로운 특별 제재 대상에 올렸고, 유럽연합도 북한 12개 단체와 개인 16명을 새로 제재했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 선박은 물론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북 제재망이 더욱 촘촘해지는 양상이다.

[나라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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