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평(三視世評)] 11개국 소녀들이 한국어로 '떼창'… 무대 휘어잡은 오빠들

    입력 : 2016.03.07 03:00 | 수정 : 2016.03.14 01:42

    - 빅뱅의 월드투어 '서울콘서트'
    美·英 등 4만명 국내외팬 몰려 초반은 팬미팅 현장처럼 북적
    완벽한 편곡·동서양 리듬 조합, 아이돌 문외한까지 취향 저격… 퇴폐적 화면은 몰입 방해돼

    삼시세평
    세계 13개국 32개 도시에서 150만명 관객을 만나고 돌아온 빅뱅은, 과연 달랐다. 월드투어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4일 저녁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다섯 남자의 콘서트는 모국 팬들은 물론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미국, 영국, 러시아, 스페인, 태국, 베트남에서 단체로 온 팬들까지 한꺼번에 열광시켰다. 국적은 달라도 빅뱅 노래를 한국말로 '떼창'하는 관람석을 보며 음악 담당 기자(권승준)는 "K팝의 기세"를 절감했다.

    아줌마 기자(김윤덕)의 눈엔 신세계가 펼쳐졌다. '오빠'(라고 쓰고 '교주'라고 읽는다)들이 등장하길 기다리며 야광봉을 치켜든 채 물결치는 콘서트장을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났다. 이윽고 5명의 '교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은 비명과 함께 자지러졌고, 아줌마는 가장 가까운 비상구부터 챙겼다.

    30대 싱글 기자(변희원)는 초연했다. K팝, K드라마의 갈 길은 아직 멀다고 느껴온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무대를 꼬나봤다. 역시나, 5명 교주들이 "VIP(팬클럽 이름) 사랑해요" "한국팬들 보고 싶었어요" 같은 '닭살' 멘트를 날리는 걸 보며 소녀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아이돌 그룹의 한계를 느꼈다. "공과 돈을 들인 것 같지만 결국 거대한 팬미팅 아닌가요?"

    확실히 공연 초반은 팬미팅 같았다. 첫 두 곡 '뱅뱅뱅'과 '투나잇'은 음향이나 연출 면에서 완성도가 낮은 무대였다. "강남역의 그저 그런 클럽에 와있는 듯"(변희원) 어색했다. 수시로 불꽃을 터뜨리고 색종이를 뿌려댔지만, 관객이 울기 전 먼저 울어버리는 배우를 보는 것처럼 성급해 보였다. 빅뱅 노래라고는 한 곡도 알지 못하는 아줌마 기자는 귀청을 때리는 쟁쟁한 전자음에 몸을 떨며 "와서는 안 될 자리에 왔다"는 후회감이 덮쳤다. 작년 말 같은 곳에서 펼쳐진 조용필 공연이 돌연 그리워졌다. "나도 용필 오빠가 '단발머리' 부를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는데."

    아이돌 그룹 빅뱅의 콘서트는 특수 효과가 어우러진 무대 연출과 수준 높은 음향 덕분에 디지털 음원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이들의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왼쪽부터 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 승리.
    아이돌 그룹 빅뱅의 콘서트는 특수 효과가 어우러진 무대 연출과 수준 높은 음향 덕분에 디지털 음원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이들의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왼쪽부터 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 승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반전이 시작됐다. 공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몸이 풀린 빅뱅 덕분에 세 기자의 흥도 풀리기 시작했다. '루저', '쩔어' 같은 곡의 유려한 멜로디는 아줌마 기자의 귀에도 착착 감겨 들기 시작했고, '굿보이'의 감각적인 리듬은 '까칠한' 변희원 기자의 맘에 쏙 들었다. 세션과 빅뱅의 호흡은 완벽했다.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춘 리듬 파트 연주자들은 빅뱅의 곡에 신명을 불어넣었다. 빅뱅 멤버들은 그런 편곡에 딱 맞춘 동선으로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권승준 기자는 빅뱅의 모습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그림자를 느꼈다. 양현석이 제작한 아이돌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해외 음악의 최신 트렌드를 명민하게 받아들이는 음악적 감각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그랬다. 검은색 바지에 흰 양말 차림의 무대 의상은 마이클 잭슨을 연상케 했다. 댄스와 발라드를 적절히 배합해 관객의 취향을 폭넓게 공략하는 것도 닮았다. 아줌마 기자는 '배배' 같은 곡에서 한국 전통음악과 리듬을 활용하는 걸 보며 "동서양 음악의 장점을 절묘하게 활용하는 빅뱅의 저력"을 느꼈다. "K팝의 정수(精髓)가 여기 있었네!"

    다만 세 기자 모두 공연 중간중간 삽입되는 영상이 흐름을 망친다는 점에 불만을 터뜨렸다. 곡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빅뱅 다섯 사내를 멋지게 찍는 데만 주력한 데다 환각 파티를 연상케 하는 퇴폐적 화면과 욕설 영상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막 오르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완성도 높은 무대를 엮어가기란 10년차 아이돌그룹에 여전히 어려운 일일까.

    공연 말미 리더 지드래곤은 "어디 가서 '빅뱅 음악을 듣는다'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음악을 하겠다"고 말했다. 3일간 공연을 찾은 11개국 4만명의 관객뿐 아니라, 세 기자도 빅뱅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는 데는 동감했다.

    [인물 정보]
    지드래곤 "빅뱅, 시간이 허락하는한 계속 노래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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