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권력층이 총출동하는 양회(兩會)가 3일 개막했다. 매년 3월 초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일컫는 양회는 중국 최대의 연례 정치행사다. 그런데 올해 양회 개막식은 참석자들간의 귓속말도 악수도 보기 드물 만큼 긴장된 분위기였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 등 홍콩 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개막식이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입장하면서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지 않았다. 주위 인사들과 악수도 나누지 않았다. 위정성(兪正聲) 정협 주석의 보고가 진행되는 동안 시진핑 주석은 말없이 보고서만 뒤적거렸다. 다른 상무위원들도 귓속말 주고받는 사람 하나 없었다. 주석단 뒤편의 정치국원들도 거의 예외 없이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 왕치산(王岐山) 상무위원이 이날 행사장에서 시 주석에게 말을 건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SCMP는 전했다. 그는 대회장에서 퇴장하던 시 주석에게 황급히 달려가 뭔가를 속삭였고, 그 내용을 두고 무성한 추측이 나왔다. 왕치산은 상무위원 중 시 주석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의 파워를 보여주는 다른 장면도 있었다. 주석단 뒤편 시 주석과 가까운 자리를 차지한 딩쉐샹(丁薛祥)의 존재였다. 그가 앉은 자리는 지난해 양회 때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측근이 앉았던 좌석이었다. 시 주석의 당 비서실 격인 총서기판공실(總書記辦公室·비서실) 주임인 딩쉐샹은 옆 사람과 귓속말을 하는 등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식이 끝나고 시 주석이 자리를 뜨자 참석자들은 딩쉐샹 주위로 몰려들어 다투어 악수를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