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땐 큰일 날 것"… 영국 겁주기 나선 프랑스

    입력 : 2016.03.05 03:00

    "런던 글로벌 금융, 프랑스로 오고 칼레 난민은 영국으로 건너갈 것"
    독일도 "그리스와 영국은 다르다"

    캐머런의 '경제적 타격' 호소에도 英국민 여론 찬반은 41% 對 41%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면 프랑스·영국 관계는 심각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각) 프랑스 아미앵에서 열린 영국·프랑스 연례 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런 악영향은 무역과 금융, 난민 위기 등 많은 영역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영국을) 겁주려는 게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캐머런 영국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올랑드 대통령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Brexit) 문제에 강력하게 개입했다"고 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오는 6월 23일 실시될 영국의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에 "EU에서 탈퇴하지 말라"는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런던의 글로벌 금융 기관들이 프랑스로 옮겨올 것"이라며 "우린 그들을 위해 '레드 카펫'을 깔아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에 남아 있으면 EU 내 자유로운 이동과 금융 활동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마크롱 장관은 "브렉시트로 양국 관계가 흐트러지면 (프랑스 북부) 칼레 지역에 있는 난민들이 모두 영국으로 건너갈 것"이라고도 했다. 영국은 지난 2003년 프랑스와 체결한 '투케 협약'에 따라 영국으로 오려는 사람에 대한 입국 절차를 프랑스 칼레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난민 위기를 덜 겪고 있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정글'이라고 불리는 칼레 난민촌에는 영국으로 가려는 난민 5000여 명이 머물고 있다. 프랑스의 이런 반응은 영국을 걱정하는 것 같지만 유럽 내 경제규모 2위인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경우, 프랑스도 경제 등 여러 영역에서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이날 영국상공회의소 주최 모임에서 "유럽에서 영국이 없다면 유럽 대륙 전체는 훨씬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영국을 압박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독일에선 비명 소리가 터져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쇼이블레 장관은 그리스 채무탕감 협상 때 '그렉시트(그리스의 EU 탈퇴)'도 불사하겠다고 했던 강경파이다.

    캐머런 총리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영국이 EU에 남아) 잘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우린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와 독일의 '브렉시트 반대'는 EU 잔류 운동을 펼치는 영국 캐머런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영국 국내에선 브렉시트 찬성·반대파가 점점 더 치열한 '내전(內戰)'에 빠져들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EU에서 나가자는 건 어둠으로 뛰어들자는 것과 같다"며 탈퇴파를 공격했다. 탈퇴 진영의 대표 격인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캐머런 총리가 "EU에 남아야 더 안전하고 부강해질 수 있다"고 한데 대해, "허튼소리"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영국 경제는 파운드 환율이 7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 주요 기업 경영인 200여 명은 최근 "브렉시트가 투자와 일자리를 위협하고 영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며 EU 잔류를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국민들 사이에선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ICM이 전국 202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탈퇴해야 한다'(41%)와 '잔류해야 한다'(41%)는 의견이 같은 비율을 차지했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18%였다. 집권 보수당 지지자들 중에선 탈퇴(44%)가 잔류(37%) 의견보다 많았고, 야당 지지자 중에선 탈퇴(31%)보다 잔류(53%)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디언 등 외신들은 "캐머런 총리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테러와 경제 문제 등에서 큰일 날 것처럼 '겁주기 작전(scare tactics)'을 쓰고 있지만,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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