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 시대] 중년 소화 질환, 궤양 대신 '게실염' 늘었다

입력 2016.03.02 03:00 | 수정 2016.03.02 07:04

[3] 40~50대 소화기 질환 급증

대장 탄력·연동 능력 떨어지고 식이섬유 섭취 줄어 발병
6년 새 두 배 증가… 맹장염과 동일한 증상 보여 "하루 섬유질 20g씩 먹고 예방"

한국인의 소화기질환이 위아래로 급변하고 있다. 하부에서는 대장 외벽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이른바 게실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상부에서는 전통의 위·십이지장 궤양이 줄고, 위·식도 역류 질환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식이 습관 및 사회생활 패턴 변화가 한국인의 소화기에 그대로 투영되는 모양새다.

새롭게 떠오른 중년 게실병

최근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42세 남자 회사원 권모씨가 오른쪽 아랫배를 움켜쥐며 웅크린 채 들어왔다. 체온은 38도로 발열 증세를 보였다. 몸 안에 염증이 있다는 얘기다. 의료진이 오른쪽 아랫배를 눌러 보자, 환자는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배를 누를 때와 뗄 때 모두 아파했다. 전형적인 맹장염(충수돌기염) 증상이다. '맹장 수술'을 준비하는 동안, 확인 진단을 위해 복부 CT를 찍었다. 그 결과, 오른쪽 대장에 게실이 보였고, 주변에 염증도 보였다. 충수돌기는 정상이었다. 요즘 어른 복통 환자의 전형적인 행태다. 환자는 항생제 치료로 증세가 호전됐다.

게실은 장의 벽이 동그랗게 밖으로 튀어나온 상태를 말한다. 꽈리 주머니 모양과 비슷하다. 크기는 쌀알에서 콩 정도까지 다양하다. 그곳에 오염물질이 쌓여 염증을 일으킨 게 게실염이다. 주로 서양인에게 많은 병이었으나 최근 10년간 한국인에게 눈에 띄게 늘었다. 2008년 한 해 2만5000여 명이던 환자가 2014년에는 5만명이 됐다. 6년 새 두 배로 늘었다. 특히 40~50대 중년 남녀에게 많다. 환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나이 때에 복통이 생기면 이제 맹장염보다 게실염을 먼저 의심해야 할 상황이다.

대변의 볼륨을 결정하는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하고 고기 식사를 많이 하면 장내 압력이 높아져 게실 발생 위험이 커진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게실염은 발생 요인이 누적됐다가 중년에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나이 들수록 대장 탄력과 연동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게실병은 고령사회에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게실 존재는 대장 내시경으로 알 수 있다. 염증이나 합병증이 없다면 하루 20~30g의 섬유질 섭취로 예방과 치료를 겸한다. 게실염 치료를 받았다 해도 20~30%는 재발하니,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치고 올라오는 역류성 식도염

10년 전만 해도 속이 쓰리다고 하면 위나 십이지장 궤양이었다. 한때 100만명이 넘던 십이지장 궤양 환자는 요즘 20만명대까지 내려갔다. 대신 속쓰림 병은 상부로 올라갔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2008년 199만명에서 2014년에는 363만명으로 급증했다. 상부 소화기 질환의 주류가 식도로 바뀐 것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와 식도 사이를 조여주는 괄약근이 느슨해지면서 위산이 올라와 식도 점막을 부식시키는 질환이다. 이 병도 40~50대 중년에 절반 가까이 생기고 있다. 이는 중년의 삶과 발병 원인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주범은 잦은 저녁 회식이다. 고기류의 기름진 메뉴를 술과 곁들여 과식하고, 2시간 이내에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최악의 조합이다.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 비만, 과다한 커피 섭취도 위·식도 괄약근 톤을 떨어뜨려 위산 역류를 초래한다.

고려대구로병원 박종재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이 더 위로 번지면 목 이물감이나 쉰 목소리, '음! 음!' 하는 만성기침을 유발할 수 있고 식도암 위험 요인도 된다"며 "복부 상단이나 명치, 가슴이 타는 듯 아프면 내시경 검사를 받아 조기에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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