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비행 교육 업체 소속 C172 경비행기가 추락해 기장과 교육생 등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민간 교육 업체들의 항공기 안전 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항공대 등 전문 교육기관과 달리 일정 요건만 갖추면 허가 없이도 설립이 가능한 등록제로 운영되는 데다 규모가 영세한 곳이 적잖기 때문이다.
비행 교육 업체 16곳 중 8곳이 대형 항공기가 대거 운항되는 김포공항을 훈련장으로 쓰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체들이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소형 비행기가 공항 난기류 등에 휘말려 사고가 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세 비행 교육 업체 난립
국내 비행 교육 업체는 한라스카이를 비롯해 총 16곳이다. 이 중 절반(8곳)은 최근 3년 사이 설립됐다. 중국 항공산업 급팽창 등으로 국제 조종사 수요가 크게 늘면서 국내에서도 조종사 자격을 따려는 이들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비행 교육 업체는 자본금 7억5000만원과 한 대 이상의 항공기, 항공기 한 대당 조종사와 정비사 1명 등을 갖추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다.
조종사 지망생들은 비행 교육 업체에서 소형 비행기를 타면서 조작법을 배우고, 각종 시험 응시에 필요한 비행시간을 채운다. 보통 200시간이 넘으면 사업용 조종사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다. 대형 항공사는 500시간 이상을 요구한다.
미국의 비행 교육기관에서 조종 기술을 배우면 이르면 1년 정도에 조종사 과정을 마칠 수 있지만, 비용이 2억원에 이른다. 그래서 국내 업체에서 비행시간을 쌓는 지망생들이 있다.
문제는 민간 업체 중 상당수가 규모가 영세해 항공기 정비나 안전 관리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5년 사이 이륙 중 타이어가 터지거나 동체 착륙하는 등의 사고가 여러 건 발생했다. 최연철 한서대 항공학부 교수는 "업체들이 영세하다 보니 무리하게 비행하거나 항공유가 아닌 다른 기름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제선 뜨고 내리는 공항서 비행 교육
현재 김포공항에선 업체 8곳이 17대의 경비행기로 비행 교육을 하고 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으로 생긴 유휴 시설에 비행 교육 업체들이 입주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김포공항의 교통량이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었다. 항공기가 하루에 380회나 뜨고 내리고 있어 경비행기가 훈련을 하기에 부적합한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대형 항공기가 이륙할 때 발생하는 난기류에 휘말리면 추락 등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현직 기장은 "대형 항공기 이착륙 뒤에 남는 항적 난기류(wake turbulence)에 경비행기가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3년 전부터 업체들의 지방 공항 이전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비행 교육 업체들은 "수요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으로 옮기기 어렵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고 업체, 수년 전부터 경영난
2007년 설립된 한라스카이는 이번 사고기를 포함해 항공기 4대를 보유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청산 위기에 내몰릴 정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청산을 하려고 해도 교육생들에게 수강료를 돌려줄 형편이 안 돼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라스카이의 부실한 교육으로 피해를 봤다는 교육생들로 구성된 '피해자 모임'도 있다. 한 교육생은 "연료, 교관이 없다는 이유로 비행 교육 스케줄을 못 잡기 일쑤였다"고 했다. 한라스카이 관계자는 "2007년 등록 시 요건에 맞춰 정비사 2명을 고용했다"며 "경영난은 있지만 운항에 필요한 일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입력 2016.03.01. 03:07업데이트 2016.03.0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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