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9일 당무위원회의를 열어 김종인 대표의 공천 권한을 강화하는 결정을 했지만 당초 반발이 예상됐던 친노(親盧) 주류는 별 반대를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주류가 속으로는 불만이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대안이 없기 때문에 참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와 친노의 신경전은 일단 김 대표의 완승(完勝)으로 1차 정리된 셈이다.
더민주는 이날 당무위원회의에서 선거와 관련한 당무위 권한을 김 대표의 비상대책위원회로 이양하기로 의결했다. 야당 관계자들은 "이날 결정으로 '시스템 공천'을 내세운 문재인 전 대표의 혁신안은 사실상 백지화하고 김 대표에게 공천에 대한 '비상 대권'이 부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무위는 당무를 집행하는 최고의결기관이고 비대위는 문재인 전 대표 사퇴 이후 당을 이끄는 '비상 지도부'다. 더민주가 이날 의결한 내용의 핵심은 당헌 22조 중 선거와 관련한 '당규의 제정·개정·폐지'(4항) '당헌·당규의 유권해석'(5항) 권한을 당무위에서 비대위로 넘기기로 한 것이다. 공천·경선과 관련한 기구와 세부 집행 절차가 명시돼 있는 당규를 사실상 김 대표와 임시 지도부 뜻대로 고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날 의결 과정에서 일부 반대 의견이 나오긴 했다. 혁신위원을 지낸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은 "비대위에 권한을 위임할 경우 시스템 공천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이날 안건은 결국 표결 없이 참석자 35명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친노의 반발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김 대표 측에서 "당무위 안건이 의결되지 않으면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 상황에서 친노가 '판'이 깨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친노 주류 측 관계자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김 대표 이외에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다"고 했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당무위에서 "지금은 비상한 상황이니 이에 걸맞게 당을 운영해야 한다"며 "권한을 넘겨받았다고 해서 상식을 초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당무위 의결을 보고받고 "김 대표가 잘해주시리라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일"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