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현재의 삼성, 미래의 구글

입력 2016.02.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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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철 산업2부 기자
구글이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던 지난 1일(현지 시각)은 IT업계 판도의 미래를 보여주는 날이었다. 최근 주가가 다시 하락해 애플에 밀린 상태지만, IT 업계에서는 재(再)역전은 시간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본다. 시가총액은 기업의 현재 실적과 미래 성장성을 반영한 것으로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구글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수치상 실적은 애플보다 훨씬 못하다. 삼성전자와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다. 구글의 작년 매출은 745억4100만달러(약 91조9000억원)로 200조원 매출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4965억달러(약 613조원)로 170조원인 삼성전자의 4배에 가깝다. 무엇이 이런 역전(逆轉)을 낳았을까.

투자 내용을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구글은 작년 15조1252억원을 투자했다. 그중 30% 정도인 4조5000억원을 '문샷(상식을 뛰어넘는 진보) 프로젝트'와 관련한 연구개발(R&D)에 썼다. 문샷 프로젝트는 자율주행자동차(무인차), 우주 개발, 인간 수명 연장 등 1960년대의 달 탐사처럼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매우 도전적이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성공하면 획기적인 진보를 이룰 수 있는 과제를 말한다. 한마디로 과연 돈이 될지, 돈이 되더라도 언제 벌어다 줄지 모르는 사업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 미래에 구글은 대담하게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는 구글을 훨씬 능가한다. 작년 40조81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 방향은 구글과 판이하다. 투자금의 대부분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 장비와 시설의 유지 보수, 공장 증설 등에 썼다. R&D 투자도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에 집중돼 있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투자하고 있다.

두 회사의 이런 투자 방향 차이는 무인차 경쟁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2009년 구글이 무인차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을 때, IT 전문가들조차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불과 5~6년 만에 무인차는 임박한 현실이 됐다. 구글은 이미 370만㎞ 무인차 시험 주행을 마쳤다. 하지만 삼성은 이제야 사업조직을 구성해 시장 문턱을 기웃거린다.

기업이 현재의 사업에서 경쟁자와 격차를 벌리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현재의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미래에 뿌릴 씨앗까지 모조리 현재에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그나마 삼성에서 중·장기 연구 과제를 수행해왔던 종합기술원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구식 피처폰뿐 아니라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시장까지 거의 초토화됐다. 누군가 미래를 앞당겨 열어서 시장의 판을 뒤집어버리면, 기존 사업자는 파멸적인 피해를 보는 일이 갈수록 자주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사업 투자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삼성전자가 걱정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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