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교육리더]"온라인·유아 중심 사업 강화… 젊은 그룹 될 것"

입력 2016.02.29 03:00 | 수정 2016.03.03 10:03

'영어 교육 선구자' 민선식 YBM홀딩스 대표

민선식 ㈜YBM홀딩스 대표는 “영어를 잘하면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며 “어릴 적부터 공교육 내에서 아이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염동우 기자
지난 1961년 국내 최초의 영어학습 월간지 '시사영어연구'가 창간됐다. 입시 영어 교재 외에는 별다른 학습서가 없던 시절, 일반인과 대학생들이 최신 국제뉴스를 접하며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잡지였다. YBM 창업자인 민영빈(85) 회장이 선친과 함께 시작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55년간 YBM의 역사는 곧 한국 영어 교육사(敎育史)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카세트·비디오를 활용한 영어 학습 프로그램(1970년)을 만들었고 YBM어학원 개원(1974년), 국내 최초 한영 대사전 발간(1979년)이 뒤따랐다. 1982년 미국 ETS로부터 토익(TOEIC)을 도입했고, 이듬해 국내 최초로 전원 원어민 강사로 구성된 회화학원을 오픈했다. 1991년부터는 민 회장의 아들인 민선식(57) ㈜YBM홀딩스 대표가 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YBM 본사에서 만난 민 대표는 "금년은 YBM이 사업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도약을 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 유아 중심 사업 재편

지난 2년간 YBM은 1997년 IMF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재작년 세월호와 작년 메르스 사태의 영향이 컸다. 민 대표는 "두 사건 영향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이제 영어 교육시장 환경이 바뀌었다는 경고 신호(Alarming Bell)"라고 했다. "지금 한국은 여러 면에서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일단 인구가 감소했습니다. 학원에 올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줄었죠.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민 영어 실력도 크게 향상됐습니다. 새벽에 학원에서 영어 공부하고 출근하던 35세 미만 젊은 회사원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지금까지의 영어 교육 사업 방식에 한계가 온 겁니다."

민 대표는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앞으로 그룹 사업 방향을 성인 중심에서 유아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실 YBM은 오랜 기간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1991년 ECC어린이영어교실을, 1996년 미국식 유치원 PSA를 개원했다. 이어 2005년 영·유아 영어학원 애플트리(Apple Tree)를, 2007년 자기 주도 학습관 YBM잉글루를 오픈했다. 2008년엔 초·중등생 대상의 글로벌 입시 전략 교육센터 GPS와 5~7세 대상 영재영어교육학원 게이트(GATE)를, 2011년엔 리더십놀이학교 러닝트리(Learning Tree)를 열었다.

이 같은 기존 유·초등 사업을 더 지원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YBM을 젊은 그룹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것이 민 대표의 생각이다. 최근 중국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어린이 중국어 교육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YBM은 지난해 3월 유아와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중국어 교육기관 씨게이트(C-GATE)를 론칭했다. 이곳에선 중국어와 영어를 2대8 비중으로 가르치며, 인성을 함께 함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변화를 주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올 상반기엔 스마트 시대에 최적화된 새로운 CI를 공개할 겁니다."

"영어는 글로벌 시대 '든든한 디딤돌' 공교육 강화… 공평한 배움 기회 줘야 올해 재도약 목표로 다양한 변화 시도 유아 대상 영어·중국어 교육기관 론칭 작년 문 연 日 영어마을, 안정화할 것"
◇일본 최초의 영어마을을 세우다

지난해 11월 YBM이 오사카에 세운 일본 최초의 영어마을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는 것도 민 대표의 올해 목표다. 영어마을은 경찰서·식당 등 여러 장소를 꾸며두고 상황별로 영어회화를 경험해보도록 하는 교육 테마파크다. 한국엔 2004년 경기 영어마을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 비슷한 시설이 다수 설립됐으나 일본에 이런 시설이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 대표는 "옛날엔 한 달에 두 번씩 일본으로 좋은 교재를 구하러 출장을 가곤 했다"며 "그렇게 교육 자료를 수입하던 한국이 반대로 일본에 어학 콘텐츠를 수출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일본은 '한국 제품은 저가'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에 고급 수출 분야에서 성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영어에 관해서만큼은 한국 것을 수입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우리 조기 영어 교육이 그들보다 앞서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1990년대 영어 조기교육 열풍이 불면서 초등 교육에 영어가 편입됐고, 당시 영어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이 사회로 나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민 대표는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논의를 하던 일본은 각종 리서치와 세미나 등을 꼼꼼하게 거치면서 오랜 시간 논의만 거듭하다가 결국 초등학교에 영어를 도입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 초등생이 대학생이 된 2001년 일본의 토익(TOEIC) 평균 점수는 558.1점으로 같은 해 566.2점을 기록한 한국에 뒤처지기 시작했고, 10년 후인 2011년엔 점수차가 56.6점으로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오사카 영어마을을 통해 한국 기업이 영어 콘텐츠로 일본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 사명감을 느낍니다. 한번 잘 키워보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 따라 온라인 사업 강화해"

YBM의 또 다른 전략 파트는 온라인 에듀케이션 부문이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온라인 교육은 미래에 가장 중요한 사업 영역이 됐습니다. 디바이스 개발과 같은 기술 변화에 맞춰 영어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학자가 앞으로 '학교가 없어진다'는 등 혁신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버드대처럼 내로라하는 대학도 온라인 강의 '에드엑스(edX)' 등을 내놓으며 온라인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IT화'에 대한 우리의 고민도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민 대표는 YBM의 온라인 교육 툴(tool)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수준이라고 했다. YBM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다양한 교수법을 시도해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1970년대 한국에 본격적인 오디오 영어 교재 시대를 열었던 게 YBM입니다. 당시 'ENGLISH 900'이라는 교재로 카세트와 비디오를 활용한 영어 공부 시대가 개막했어요. 지금도 교육 테크놀로지 부문은 세계 최고입니다. 미국 토익스피킹(TOEIC SPEAKING) 채점 프로그램을 쓰다가 우리가 더 편리하고 정확한 채점 툴을 개발했어요. 이제는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60여 개국이 우리 프로그램으로 토익스피킹 점수를 냅니다."

◇뒤로 가는 공교육 영어… 삶의 질 높이려면 영어 잘해야

한국인 영어 실력은 사업 환경을 바꾸고 관련 프로그램을 수출까지 할 만큼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민 대표는 "그것도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겠다. 요즘 공교육계를 비롯해 사회가 영어 과목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입시업계에서 '영어 공부 많이 하지 마라'는 말도 나온다. 입사 시험에서 토익 점수와 같은 스펙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기업 이야기도 자주 들려온다. "국제사회에서 도약을 노리는 어느 국가도 영어를 이렇게 괄시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영어를 공교육에 편입해 더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죠. 일본과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문화권 나라들이 대부분 영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민 대표는 공교육 영어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는 영어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럭 운전사, 골프장 캐디 같은 직업이 영어 실력과 무관해보입니까? 아닙니다.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어학 실력을 갖추면 연봉이 달라집니다. 영어를 잘하는 운전사와 캐디의 연봉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연봉보다 몇배 높습니다. 영어 잘하면 훨씬 다양한 구직 기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실업률이 높다고들 하는데, 영어에 능통하면 해외 취업의 문도 열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교육 과제를 사교육에 맡겨서는 각 가정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공교육 내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해야죠. 저는 사교육으로 돈을 번 사람이지만, 공교육을 강화해서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기 영어 교육의 폐해에 대한 민 대표의 의견은 어떨까. 그는 "어릴 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지나친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했다. "조기 영어 교육기관에 다니는 유아들의 스트레스를 걱정하시는 분이 많더군요. 이는 부모나 교육기관의 교육법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봅니다. '잘해야 한다'고 부담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다는 거죠. 그런 분위기에서는 무엇을 언제 가르쳐도 문제가 생깁니다. 또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익히는 어린이들이 초기에 혼란스러워할 때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일시적 현상일 뿐이고 대부분 곧 적응하더군요."

민 대표는 요즘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인 신토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해 한국토익위원회는 오는 5월 29일 시행되는 정기 토익 시험에서 새로운 문제 유형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듣기평가의 일부 대화문에 세 명의 화자가 등장하고, 읽기평가에 SNS 대화문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문제가 출제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시험이 어려워지기 전에 얼른 점수를 올려야 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민 대표는 "문제가 생소해 다소 어렵게 느낄 수는 있겠지만, 기본 실력을 갖추면 점수에 변동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업계엔 크고 작은 변화가 있어왔고 경쟁자는 항상 새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계속해서 업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본에 충실하자는 원칙을 지켜왔다는 겁니다. 영어를 가장 효율적으로 교육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며 시대 변화에 앞서 가려 노력했던 점, 그게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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