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古典, 놀이로 만들어 역수출하죠"

조선일보
  • 박돈규 기자
    입력 2016.02.27 03:00

    - 체험형 게임 설계 이승택 놀공 대표
    '파우스트 되기' 독일 등 세계투어 "문화적 잠재력, 교육에 접목할 것"

    "우리 인생은 대체로 수동적이지만 게임(놀이)에서는 달라요. 참가자가 주인공이 돼 스스로 선택하고 결과를 받아들이지요.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 자기 판단과 감정에 피드백을 받는 셈이에요. 교육에 접목하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승택(피터 리·45) 놀공 대표는 놀이를 설계해 파는 사람이다. 놀공은 '놀듯이 공부한다'는 뜻. 그는 괴테가 쓴 고전 '파우스트'를 독일문화원과 함께 '파우스트 되기(Being Faust)'라는 체험형 오프라인 게임으로 만들었다. '파우스트 되기'는 이미 체코·헝가리·리투아니아·홍콩·일본·필리핀 등에 초청됐고 이달 중국 상하이를 거쳐 4월에는 그리스, 6월엔 괴테를 낳은 독일 바이마르에 들어간다. 그는 "'안나 카레니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고전을 게임으로 만들었는데 가장 반응이 뜨거운 건 '파우스트 되기'"라고 했다.

    참여형 게임‘파우스트 되기’카드를 들고 있는 이승택 놀공 대표.
    참여형 게임‘파우스트 되기’카드를 들고 있는 이승택 놀공 대표. 그는“게임이나 놀이 앞에서는 참가자 모두가 평등하다”며“주체적으로 선택하면서 특별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고운호 객원기자
    서울 마포구 놀공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택 대표는 카드 12장을 화투장처럼 내밀며 "이 중에 갖고 싶은 6장을 고르라"고 했다. 카드에는 각각 '가족' '돈' '사랑' '명예' '지식' '아름다움' '쾌락' '젊음' '자유' '권력' '발전' '믿음'이라고 써 있었다. '쾌락'을 비롯해 6장을 고르니 "우선순위로 1~6위로 배열하라"고 주문했다. '파우스트 되기'는 이런 식으로 질문을 던지며 참가자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게임이다.

    "파우스트는 악마(메피스토펠레스)와 거래를 하잖아요. 이 게임은 SNS에 등록돼 있는 친구를 팔아 돈을 얻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참가자들은 이 가상의 돈으로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파우스트' 속 문장들을 구매해 점수를 얻어요. 처음엔 친구를 파는 데 망설이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빠르게 돈과 친구를 맞바꿉니다."

    미국 뉴욕대 대학원을 졸업한 이승택 대표는 PC게임 분야에서 일하다 귀국해 2010년 놀공을 세웠다. 그는 "놀이와 게임을 통해 세상을 바꾸자는 아이디어로 출발했다"며 "게임이라는 소통 방법에 담긴 문화적 잠재력을 교육에 접목하고 있다"고 했다. 놀공은 유니세프와 모금 관련 놀이캠프를 운영하기도 했고 삼성·현대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창의성 교육도 하고 있다.

    "기업 교육을 하면서 짧은 시간에 다양한 사람을 수만 명 만났어요. 어느 기업이나 소통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 우리가 하는 일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직원들이 협업을 통해 조직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첫걸음인 것 같아요."

    아이들을 대상으로는 '스토리 플레잉'이라는 바닥놀이를 개발했다. 시멘트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 구역을 표시하고 규칙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대표는 "놀이학교가 많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놀아야지 어른이 놀아줘서는 안 된다"며 "바닥놀이는 '내 공부' '내 이야기'에서 벗어나 서로 공유할 규칙을 직접 만들고 스스로 노는 역량을 길러줘 인기"라고 했다.

    세계 투어 중인 '파우스트 되기'는 나라마다 특징이 있다. 한·중·일에서는 유럽과 달리 '가족'을 중시하고 '쾌락'은 후순위로 밀린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도 남을 신경 쓰고 자기검열이 작동한다는 방증이다. 이 대표는 차기 프로젝트로 가칭 'DMZ부터 베를린 장벽까지'를 구상 중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가장 특별한 문화상품은 안타깝게도 분단 현실이에요. DMZ와 베를린 장벽을 연결하면 글로벌 프로젝트로 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곳에 동시에 뭔가 설치하고 체험하는 형식이 될 겁니다. 참가자가 분단과 역사를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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