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사제 얼굴 뒤에 숨은 惡, 그 이면을 파헤치다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6.02.26 03:00 | 수정 2016.02.26 03:07

    [스포트라이트]

    司祭들의 아동 성추행 밝혀내… '퓰리처상' 받은 기자들의 실화

    '스포트라이트'(토머스 매카시 감독)는 스스로에게 조명을 비추지 않는다. 여기에는 정의를 부르짖는 기자도 없고, 악마의 얼굴을 드러내는 권력도 없다. 실화에다 조미료도 안 넣고 심심하게 만든 영화는 깔끔하고도 깊은맛을 낸다.

    영화‘스포트라이트’중 한 장면.
    영화‘스포트라이트’중 한 장면. 신문사에 대한 사실적 묘사 덕분에 미국 개봉 당시 기자들의 호응이 엄청났다. 뉴욕타임스의 한 기자는“윤전기에서 신문이 인쇄되는 장면에서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더쿱 제공
    2001년 보스턴 글로브에 편집장으로 임명된 마틴 바론은 심층보도팀 '스포트라이트'에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지역 교구 신부에 대해서 취재하라고 지시한다. 보스턴 글로브의 독자 중 절반 이상이 가톨릭 신자일 정도로 보스턴엔 가톨릭이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다. 스포트라이트의 팀장 월터 로비 로빈슨은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이런 일은 묻어두라"고 하지만, 그의 팀원인 사샤 파이퍼, 마이크 레벤데즈, 매트 캐롤은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들은 보스턴 지역에서만 90명의 사제가 아동을 성추행해왔던 사실을 2002년 밝혀낸다.

    대부분의 영화가 기자를 영웅 아니면 기생충으로 그려내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이들을 전문 직업인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들은 옛 신문 기사와 자료를 찾고, 취재원에게 전화를 돌리거나 일일이 찾아다닌다. 취재기자라면 응당 하는 일이다. 이들은 이 일을 수행하는 과정을 허세 없이 그려냈다. 심지어 대충 걸쳐 입은 옷차림마저 실제 기자들과 많이 닮았다.

    편집국장은 취재를 지시하면서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에 집중하라"고 한다. 영화는 이 지시를 잘 따랐다. 기자 한명 한명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법조·언론·종교가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드러낸다. 사샤 파이퍼가 취재 중 성추행 혐의를 받는 신부를 만난다. 늙고 추레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악(惡)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가장 무서운 법이다. 이런 방식으로 개인의 선행이나 악행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평범한 다수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를 왜곡 없이 그려냈다.

    맛있는 평양냉면이나 곰탕을 먹을 땐 "대체 요리사가 한 게 뭐지?"라고 묻고 싶다. 이 영화도 "대체 감독은 뭘 했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멋을 내지 않았다. 매카시 감독은 실화를 다룬 영화가 갖춰야 할 기본에 충실했을 뿐이다.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이 그저 해야 할 일에 충실했던 것처럼. '스포트라이트'는 2003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이 영화는 오는 29일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 등 주요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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