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거래' 구체적 정보 없어도 北선박·항공기 이동 차단

입력 2016.02.25 03:00

[北 핵·미사일 파장] 유엔안보리 對北제재 결의안 '초읽기'… 어떤 내용 담기나

선박 입항금지·항공기 통과 금지
이전엔 '금수물품 운반' 근거 필요, 이번엔 의심만으로도 '액션' 가능
中, 원유수출 금지에는 반대… 왕이 "제재, 北核진전 막을 것"
'단서 조항' 없애고 실효성 높여 회원국이 버틸땐 강제방법 없어

미국과 중국이 23일(현지 시각) 외무장관 회담에서 합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주요 조항들은 북한의 자금 흐름과 WMD(대량살상무기)·사치품 관련 물자의 운송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내용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중 양국은 유엔을 통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완전히 합의했고, 중대한 진전이 있다"며 "지금까지 통과시켰던 그 어떤 제재안보다 훨씬 더 강할 것이고, 곧 채택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제재안이 통과되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추가적 진전을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은 모두 여섯 차례 채택되면서 "유엔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제재 방안은 다 포함됐다"는 평이 나왔지만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 1993년부터 계속된 제재에도 북한은 줄기차게 핵실험을 강행해 핵보유국 초입에까지 도달, '유엔을 조롱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번엔 제재를 빠져나갈 빌미를 제공해온 단서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제재 대상을 확대하고, 권고 조항을 의무 조항으로 대거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현금을 포함한 북한의 해외 금융 자산의 동결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자산 동결 조항은 지난 2013년 3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채택한 결의안 제2094호에도 포함돼 있었지만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당시에도 북한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 제공 금지가 '의무화'돼 있었지만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이라는 단서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제재 결의안에는 이 단서 조항을 없애고 출처가 불분명한 금융자산은 모두 동결하는 것을 의무화할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돈줄 옥죄기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이 발효돼 있는 상황에서도 김정은 정권은 집권 후 4년여 동안 자동차, 수상스키, 승마용품, 카펫, 전자제품 등 사치품을 구입하는 데 21억달러를 탕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금수(禁輸) 품목 선적이 의심되는 선박의 입항을 원천적으로 금지시키고, 마찬가지로 의심되는 항공기의 유엔 회원국 영공(領空) 비행 금지 조항을 의무화하기로 하는 데에도 미·중 양국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결의안 2094호에는 '금수 물품을 적재했다는 정보가 있는 선박의 화물 검사를 의무화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입항을 금지'토록 돼 있고, '의심 항공기의 이착륙과 상공 통과를 허용하지 않도록 요청한다'로 돼 있는 것보다 훨씬 강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WMD 관련 물자의 운송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들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북한이 연간 근로자 5만∼10만명을 해외에 파견해 2억∼3억달러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해외 파견 근로자 차단 방안에도 중국이 반대해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 공군이 사용할 수 있는 항공유 수출 금지에는 합의했고, 북한산 석탄 등 일부 광물도 금수 품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강화되는 제재안 역시 회원국들이 지키지 않을 경우 이행을 강제할 뾰족한 방안이 여전히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06년 대북제재위원회가 구성돼 대북 제재 결의안의 이행 상황을 조사 분석하고 제재 위반 사항을 지적해 시정을 요구하는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회원국이 버틸 경우 강제력을 발동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오준 주유엔 한국 대사는 "제재위원회의 지적을 받는 것만 해도 회원국이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만큼 북한 문제에 대한 회원국들의 인식이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과정은 5개 상임이사국 중 주요 이해관계국이 핵심 사안을 합의하면 나머지 상임이사국과 논의를 거쳐, 10개 비상임이사국에 회람시킨 후 안보리 전체 회의에서 결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은 핵심 사안 합의 후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의 이견이 없을 경우 3~4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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