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한 살이라 하고 다음해 1월 1일이 되면 태어난 날짜와 무관하게 두 살이 된다. 우리 고유의 '동아시아식 나이 셈법'이다. 과거 중국·일본·몽골·베트남 등에서도 통용되었으나, 중국은 문화대혁명, 일본은 1902년 법령,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 지배를 거치며 서양 국가처럼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세는 '만(滿) 나이'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민법(1960년 시행) 제158조에서 '연령 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고 규정, 공식적으로는 만 나이를 채택하고 있으나 정부가 적극 통제하지 않아 동아시아식 셈법이 병존하고 있다. 아무튼 이제 지구촌에서 동아시아식 셈법은 한국이 유일해서 '한국식 셈법'이라고도 부른다.
나이는 문자로도 표시하는데 불혹(不惑·40세), 지천명(知天命·50세), 이순(耳順·60세), 환갑(還甲·만 60세), 고희(古稀·70세) 등이다. 숫자에 문자를 복합한 육순(六旬·60세), 칠순(七旬·70세) 등도 있다. 이런 문자 나이도 환갑 말고는 모두 한국식 셈법을 쓴다.
1937년 11월 16일 중국의 국민정부 주석 린썬(林森)은 충칭(重慶)으로 정부를 옮기며 "나는 고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에 떠나면 살아서 난징(南京) 땅을 밟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다. 린썬은 1868년 3월 16일생이니 당시 만69년 8개월이었다. 한국식으로는 1937년 1월 1일에 이미 고희가 되었지만 만 나이로는 아직 고희가 되기 전이니 중국에서는 이미 그때 만 나이를 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종필 전 총리는 1926년 1월 7일생이니 한국식으로는 2015년 1월 1일 이미 구순(九旬)을 맞았다. 그런데 상당수 언론은 올해 1월 7일 그가 "만 90세를 맞이했다"고 알리지 않고 "구순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축하 서신에서 "구순을 축하한다"고 하여 우리 관습에 어긋나게 표현했다.
이렇듯 우리가 만 나이와 한국식 나이를 혼용하면서 혼란을 자초하고 있으니 정부는 이를 통일해 사용토록 계도할 필요가 있다. 모든 나라가 종교와 관계없이 서력기원을 쓰고 있듯 우리도 숫자 표시 나이뿐 아니라 문자 표시 나이도 만 나이로 정착시켜서 갈수록 국제 교류가 잦아지는 흐름에 맞춰야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