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화면 캡처

[[키워드 정보] 47년만의 '필리버스터'란 무엇일까?]

47년 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23일 오후 7시 6분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부터 시작됐다. 김 의원은 "언제나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아오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으로 본회의에 부의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과 불통이 급기야 입법부 수장에게까지 전달된 것 같다"고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이 빠져나갔고, 본회의장에는 더민주 의원 30여 명만이 남았다.

김 의원 발언의 상당 부분은 준비해온 법안·지침 등을 읽는 데 할애됐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해 본회의에 직권 상정된 테러방지법도 처음부터 끝까지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읽었다. 미리 조사해온 외국의 테러방지법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장기간 발언으로 입술이 말라오자 물을 들이켜는 횟수도 잦아졌다. 김 의원이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자 야당 의원석에선 "물 많이 먹으면 화장실 가야 하니 입술만 축여"라는 말이 나왔다. 어느 의원은 졸음을 참지 못하고 엎드리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1964년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으려 5시간 19분간 연설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록을 깼다.

더민주의 필리버스터는 이날 이종걸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정 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 상정 방침을 접한 뒤 원내 지도부 회의에서 "필리버스터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더민주는 이날 의원총회를 하며 필리버스터 순번을 정하고 관련 전략을 논의했다.

새누리당은 더민주의 필리버스터 시작 직후 의총을 소집했다. 의총 직후 성명을 내고 "더민주가 필리버스터를 악용해 테러방지법을 발목 잡고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야당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몇몇 의원만이 본회의장에 남아 '보초'를 섰다.

정의화 의장은 이날 필리버스터를 시작하기 전 "이종걸 의원 외 107인으로부터 무제한 토론이 요청돼 있다"며 "무제한 토론 본회의는 토론 종결 선포 때까지 산회하지 않고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정 의장은 "의제 외 발언은 금지돼 있으며, 더 이상 토론을 신청할 의원이 없거나 종결되면 해당 안건을 지체 없이 표결하게 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