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런던 등 국제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의 대(對)달러 환율이 장중 2.4% 하락한 1.4058달러까지 추락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9년 3월 이후 7년 만의 최저 수준"이라며 "영국이 진짜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실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발생하면 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가격은 최대 20%까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런던 기준) 파운드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전날보다 1.4% 떨어진 1.4135달러에 거래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영국의 EU 탈퇴 논란이 가열되면서 영국 경제가 타격을 입고,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EU 탈퇴 움직임 예상보다 강력"
영국 BBC는 "파운드화 급락은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 등 집권 보수당 내 유력 인사들이 EU 탈퇴 진영에 잇따라 합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티뱅크는 "20~30%였던 브렉시트 가능성이 존슨 시장의 지지 선언 이후 30~40%까지 솟았다"고 했다.
집권 보수당 내 EU 탈퇴 지지자들도 상당한 세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타임스는 "보수당 의원 331명 중 브렉시트 합류 의원이 150명 안팎"이라고 했다. 영국의 EU 잔류를 주장하는 캐머런 총리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브렉시트 찬성 보수당 의원은 80명도 안 된다"며 낙관했었다. 캐머런 총리는 상황이 급박해지자 탈퇴파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캐머런 총리는 "존슨 시장의 EU 탈퇴 주장에는 (차기 총리가 되겠다는) 정치적 동기가 깔려 있다"고 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과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 등 내각·의회 주요 인사들이 캐머런 총리를 중심으로 뭉쳐 있어 EU 잔류가 점차 힘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빌 오닐 UBS 영국투자소장은 "현재로선 브렉시트 실현 가능성은 30% 정도로 보고 있다"고 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 결정 직후 나온 여론조사도 잔류(48%)가 탈퇴(33%)를 앞섰다.
◇탈퇴 현실화되면 국제 경제 충격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 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독일 연구기관 베텔스만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오는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2014년 기준)의 14.1%인 3134억유로(약 426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도 위협받고 투자와 수출도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런던정경대학 경제효율센터(CEP)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매년 GDP가 1.1%(177억파운드·약 31조원)씩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재정적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무디스·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 회사들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발 경제 위기는 국제 경제에도 먹구름을 몰고 올 전망이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브렉시트 이후 10년간 유럽은 GDP가 매년 0.125~0.25%가량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SG는 "브렉시트는 유럽에 중국의 경착륙보다 2배의 충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영국 파운드화 하락으로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일본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이 발 빠르게 투자자를 안심시키고, EU·미국·중국 등 다른 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을 맺는다면 EU 탈퇴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경제 전문가와 EU 탈퇴론자들은 "영국이 매년 EU에 내는 130억파운드(약 22조6000억원)를 경제 활성화에 돌릴 수 있고, EU의 각종 규제에서도 벗어나 경쟁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