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4년 전 청부살해 된 딸 못 잊어…

입력 2016.02.23 03:00 | 수정 2016.02.23 15:58

'영남제분 사위 불륜 오해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 숨진 채 발견… 제대로 안 먹어 몸무게 38㎏

2002년 영남제분 회장의 아내인 윤길자씨가 사위의 이종사촌 여동생인 하지혜씨를 청부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판사인 사위가 하씨와 불륜 관계라고 오해한 윤씨가 조카와 그의 고교 동창에게 1억7500만원을 주고 벌인 일이었다. 이화여대 법학과에 다니던 하씨는 그해 3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납치돼 경기 하남의 검단산 산중에서 범인들이 쏜 공기총을 맞아 숨졌다. 하씨 나이 스물두 살 때였다.

그로부터 14년여가 흐른 지난 20일 하씨의 어머니 설모(64)씨가 집에서 숨을 거둔 것을 아들(39)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집을 찾은 아들은 거실에 애완견 배변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어머니의 죽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홀로 살던 설씨의 시신 옆에는 절반쯤 마시다 남은 소주 페트병과 빈 맥주 캔이 뒹굴고 있었다. 집안 곳곳에서 빈 막걸리병과 소주병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遺書)는 없었고, 부검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일단 영양실조에 따른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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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피해자 하지혜(사망 당시 22세)씨의 어머니 설모(64)씨의 빈소./윤동빈 기자(유족 제공)
'여대생 청부살인' 피해자 어머니 숨진 채 발견 TV조선 바로가기
설씨의 삶은 딸이 비명에 간 이후로 피폐해졌다. 남편(70)은 "아내만 보면 딸 얘기가 나와 견디기 어렵다"며 2006년 강원도에 집을 얻어 따로 살았다. 결혼한 아들네도 분가하자 집에는 설씨만 남았다. 설씨 아들은 "어머니가 검단산을 보며 지혜를 잊지 않으려고 하남에 계속 남아 계셨다"고 했다. 유족에 따르면 끼니를 2~3일 거르는 것은 예사였다.

윤씨 등 범인들은 모두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윤씨는 2007년부터 유방암·파킨슨증후군·우울증·당뇨 등 12개 병명이 적힌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이를 이용해 형 집행정지 처분을 받아 2013년까지 교도소 대신 대학병원 '호화 병실'에서 생활해왔다. 윤씨의 남편이 의사에게 돈을 주고 허위 진단서를 받아 가능했던 일이었다. 윤씨의 이런 행각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검찰은 지난 2013년 윤씨를 재수감했다.

이 소식은 하씨 유족에게 또 다른 충격이었다. 유족은 "가슴에 대못을 박는 소식이었다"고 했다. 이때부터 설씨는 술을 더 가까이했고, 여성으로는 작지 않은 키(165㎝)의 설씨 체중은 38㎏까지 줄어들었다.

설씨의 빈소는 하남시 검단산 아래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설씨의 영정은 지난 2000년 딸과 함께 일본으로 여행 갔을 때 유람선 위에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에서 설씨 얼굴만 떼어내 만들었다. 아들 하씨는 "어머니께서 늘 '행복한 순간이었다'며 자주 꺼내 보시던 사진"이라며 "이제 하늘에서 지혜를 만나시게 됐다"고 울먹였다. 유족은 남양주의 한 납골당에 안치돼 있는 하지혜씨의 유골을 설씨가 묻힐 마루공원으로 옮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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