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이 외부 실상 알게… 드라마든 걸그룹 노래든 유입시키자"

입력 2016.02.22 03:10 | 수정 2016.02.22 06:39

[北 핵·미사일 파장] 美CSIS 北인권 세미나

"北주민도 DVD 보고 MP3 들어 느리지만 김정은 장악력 약화… 더 빨리 정보 보낼 방안 찾아야"
"인권유린하면 언젠가는 죗값, 중압감을 北관리들에 심어야"
"北인권 개선은 그 자체가 목표… 북핵 문제 해결하기 위한 압박수단에 그쳐서는 안돼"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북한 인권과 안보의 결합' 세미나에선 북 정권 변화를 위한 방법론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미 국무부의 전·현직 고위 간부들과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 등 인권 관계자들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 동안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세미나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2주년에 맞춰 열렸다.

◇정보 유입으로 북한 개방을

톰 말리노프스키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는 "미국 정부는 북한 사회에 정보를 더 빠르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민들이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게끔 관리해온 전체주의 국가"라며 "대북 정보 유입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노력을 미국 정부는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 북한 인권 실태 보고서, 탈북 과정을 그린 영화, 걸그룹 '소녀시대' 노래 등을 북에 들여보낼 수 있는 정보들로 예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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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나무 하나 석탄가루 한줌이 아쉬운 北주민들 - 지난 19일 북한 황해북도 신평의 한 고속도로에서 여성들이 땔감을 등에 지고 걸어가고 있다(왼쪽). 같은 날 황해북도 송원 고속도로에선 자루에서 떨어진 석탄 가루와 조각을 긁어모으는 장면이 포착됐다(오른쪽). AP통신은 “북한에서는 평양을 벗어나면 이처럼 짐을 수레에 싣거나, 머리에 이고 운반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최근 북한에 외부 세계의 정보를 알리는 정책 지원 활동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말리노프스키는 특히 "북한 주민들은 어떤 정보든지 이를 보고 듣게 될 것"이라며 "느리지만, 분명히 북한 정권의 장악력은 점점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DVD나 MP3, 휴대폰, 태블릿 등 다양한 매체를 북한 주민들은 이용할 수 있다"며 "한국의 드라마와 외국 영화가 김정은 정권의 거짓말을 확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북한으로 향하는 각종 외부 세계 정보가 북한의 리더십, 중산 계급, 시장까지 파고들어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게 현실"이라고 말했고, 6자회담 특사를 지낸 시드니 사일러 국가정보장(DNI)실 선임 보좌관도 "북한에 대한 정보 유입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사회가 특히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어떻게 우려하는지 북한 주민들이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다만 "이란만 해도 사람들이 자유롭게 휴대전화로 미국과 서유럽에 있는 사람과 통화하며 외부 세계 정보를 청취할 수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정보의 유통이 쉽지는 않다"며 "대북 방송 강화 등의 실효적인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권 개선은 궁극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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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안보에 무게중심이 쏠려 인권 문제가 뒤로 밀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 유린에 연루된 이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 겸 일본 석좌도 "인권 유린에 언젠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북한 관리들에게 강력한 억지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인권 개선이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가 돼야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압박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했다. 킹 특사는 "인권을 핵 문제와 연결해 북한에 휘두르는 회초리로 활용하지 말고, 그 자체로서 추진해야 하는 가치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문제와 안보 전략의 통합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칼 거시먼 미국 민주주의기금 이사장은 "지금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북한 인권과 안보 문제는 분리돼 있지만, 두 가지는 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인권 이슈라는 게 단순히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신뢰와 안보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를 통해 "인권 문제를 주요한 안보 전략과 잘 통합하면 한반도 문제를 푸는 해법이 되고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북 압박 역할론에 대해서는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캠벨 전 차관보는 "가까운 시일 안에 중국의 대북 정책이 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고, 사일러 선임 보좌관도 "북한의 핵 개발 등이 중국의 국익을 따져 보면 해로운 일이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북한을 제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그린 부소장은 "한반도 정국 변화에 따라 중국이 전술적 행동을 할 수도 있다"며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비협조적이던 중국이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이 커지자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린 부소장은 "이처럼 한국은 중국의 협조를 구하기보다 스스로 방어 강화 조치를 취함으로써 중국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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