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힐러리, 도대체 뭐가 부족하기에

    입력 : 2016.02.20 03:00

    대선 후보 낙관하던 힐러리, 샌더스에 전국 지지율 뒤집혀
    8년 전 오바마와 겨룰 때도 승리 낙관했다 결국 패배
    '거물급 정치인' 힐러리… 참신함 없는 기득권으로 비쳐
    샌더스 열풍 꺾으려면 감동 줄 이야기가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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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선 논설위원

    올해 미국 대선은 힐러리 클린턴에게 마지막 승부가 될 것이다. 1947년생 힐러리는 이제 70줄에 들어선다. 4년 후, 8년 후를 다시 기약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힐러리가 대통령까지는 몰라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경선의 막이 오른 지 채 20일도 안 돼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전국 지지율에서 처음으로 힐러리를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6개월 전엔 힐러리와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샌더스였다.

    힐러리는 8년 전에도 오바마에게 이렇게 추월당했다. 지난해 주간지 뉴요커는 당시 오바마의 승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산하며 뛰어난 조직력을 발휘한 결과만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힐러리의 인간성을 집중 공격하는 '힐러리 죽이기 전략'이 주효한 덕이었다는 것이다. 오바마 캠프는 힐러리가 신념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믿을 수 없는 인간이란 인상을 심어 힐러리를 끌어내렸다.

    힐러리 캠프의 더 큰 실수는 큰 그림을 잘못 그린 데 있었다. 이건 모든 선거 캠프가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2008년 대선은 미국이 경제 위기에 빠져 허덕이는 상태에서 치러졌다. 미국인들은 돌파구를 원했다. 변화가 필요한 때였다.

    힐러리 캠프도 그걸 알았다. 하지만 변화의 개념을 잘못 잡았다. 힐러리는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무능한 부시에서 유능한 힐러리로'의 변화를 생각했다. 반면 오바마는 더 큰 개념을 생각했다. 집권당이 바뀌는 변화가 아니라, '기성 정치로부터 변화'를 내걸었다. 워싱턴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불만을 이용한 것이다. 그쪽에 국민 마음이 쏠렸다.

    그런 분위기에선 힐러리가 거물급 정치인이란 게 오히려 짐이 됐다. 문제투성이 기성 정치권의 일부이자 수혜자가 되기 때문이다. 힐러리의 강점은 시대가 원하는 지도자상과 결이 맞지 않았다. 힐러리가 경륜을 강조할 때 오바마는 영감을 말했다. 힐러리가 노련함을 내세울 때 오바마는 솔직함으로 맞섰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패인은 힐러리 캠프의 '오만'이었다. 선거에서 승리를 낙관하는 것만큼 악수는 없다. 힐러리 캠프는 당연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기에 유권자를 존중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전략이 부실했고 캠프 운영도 비효율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2016년의 힐러리가 부진한 건 그가 더 거물이 되었고 더 지루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 요즘 미국 정치에서 탄탄한 정치 경력과 배경을 갖춘 백인 남자로 대표되는 '주류'에 속하는 건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양당 경선의 3강(强) 후보 중 힐러리는 여성이고, 샌더스는 유대인이자 사회주의자이며, 트럼프는 정치 경험 없는 기업인 출신이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8년 집권하는 동안 소수 세력의 진입을 막고 있던 둑이 무너진 듯한 분위기다. 이런 구성 안에선 오히려 힐러리가 기득권층처럼 보이는 2008년의 불리한 상황이 반복된다. 참신함이 없으니 감동이 있을 리가 없다.

    1948년 대선 때 미국 유명 정치부 기자 50명에게 선거 결과를 예측해보라고 했더니 전원이 현직 대통령인 트루먼이 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루먼은 승리했다. 비결은 도전자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고졸 학력에 투박한 말투지만 질 줄 알면서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기 살기로 유세에 나섰다. 그 용기에 감동한 유권자들이 그에게 표를 던졌다.

    아직 샌더스 대세론을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힐러리에게 샌더스 열풍에 맞불을 놓을 만한 감동을 줄 이야기가 없다는 게 문제다. 감동 없이는 분위기를 바꿀 수 없는 시대다. 선거는 후보자의 과거가 아니라 유권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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