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평화협정' 거론하기 전에 對北 제재부터 나서야

조선일보
입력 2016.02.19 03:23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 비핵화(非核化)를 실현하는 것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병행해 추진하는 협상 방식을 제안한다"고 했다. 잇따른 북 핵·미사일 도발 상황에서 느닷없이 북이 입버릇처럼 주장해 온 평화협정 카드를 꺼낸 것이다.

중국의 제안은 국제 사회의 대북(對北) 제재 움직임과 맞지도 않거니와 본말(本末) 또한 전도된 것이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론은 2005년 9·19 합의에 들어 있던 내용이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북·미(北美) 관계도 정상화한다는 것이다. 북의 핵 포기가 명백한 전제조건이었다. 하지만 북은 이듬해인 2006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1차 핵실험으로 그 합의를 헌신짝 버리듯 깨버렸다. 북은 이후에도 잇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비핵화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반복적이고 명백하게 보여줬다.

중국이 실패한 평화협정 방안을 다시 제기하는 것은 북의 핵 도발에는 애써 눈감은 채 성과 없는 대북 협상만을 되풀이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질 것이며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북이 주장하는 평화협정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해체를 바탕에 깔고 있다. 명백한 핵 포기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검토조차 하기 어려운 구상이다.

중국이 정말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이런 비현실적인 제안 대신 국제사회가 추진 중인 강력한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지금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실질적인 제재와 압박이 우선 추진되어야 옳다. 말로만 해봐야 번번이 약속은 깨지고 뒤통수를 맞았던 게 북핵의 역사다. 느닷없는 중국의 대북 협상론은 오히려 북에 의해 악용돼 시간만 질질 끌 공산이 크다.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에 대해 군사적 대응까지 운운하며 과민 반응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중국 동북 지방에 대한 군사적 배치를 강화해야 한다. 한·미가 38선을 넘어 군사행동을 하면 중국도 군사적 개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북 핵·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자위적 조치들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그동안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자세를 취해온 중국이 대북 미사일 방어까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안보 주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한 태도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를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사드나 평화협정에 대해 말할 자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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