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미사일을 배치한 것이 확인되면서 자유항행을 주장하는 미국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폭스뉴스는 16일(현지 시각) 중국이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 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 지대공(地對空)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미지샛 인터내셔널(ImageSat international)'의 고화상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파라셀 군도 안에 있는 우디 섬에서 지대공미사일 발사대 8기와 레이더 시스템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대공미사일 포대 등은 지난 3일 위성사진에는 없었고, 14일 사진에 나타났다. 미 정부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대 배치를 확인하면서, HQ-9 지대공미사일로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제 S-300 PMU와 비슷한 HQ-9 지대공미사일은 사거리 200㎞로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전투기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고 폭스뉴스는 보도했다. 대만 국방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이 정확한 수를 알 수 없는 미사일을 파라셀 군도에 배치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미사일 배치가 역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국방부는 파라셀 군도에 대한 미사일 배치와 관련해 "중국 공군과 해군의 방어적 배치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사일이) 영토 내에 있다면 어떠한 배치도 합법이고, 남중국해 도서에 설치한 어떤 시설이 방위와 관련한 것이라고 해도 군사화와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과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방 언론이 이 문제를 과장·날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남중국해 섬과 암초에 설치한 것은 필요한 방위 시설이지 군사화와는 무관하고, 국제법이 주권국가에 부여한 자기보호권과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대공미사일 배치 외에 파라셀 군도 내 다른 섬인 덩컨 섬에서는 최신예 Z-18F 대잠(對潛) 헬기기지 건설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 구축함이 지난달 남중국해 일대를 항행한 이후 군사력 증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 해군 이지스 유도미사일 구축함 커티스 윌버는 지난달 30일 파라셀 군도의 트리튼섬 12해리(약 22㎞) 거리까지 접근했고, 중국은 "미국의 도발 행위에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며 반발했다. 중국은 앞으로 구축함과 전투기뿐 아니라 전략폭격기 등 각종 전략무기도 인공섬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州) 서니랜즈에서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과 가진 회의에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비행과 항해,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남중국해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 가시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중국이 진행하는 인공섬 추가 매립과 건설 활동, 군사기지화를 중단하라"고 했다. 베트남의 응우옌 떤 중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별도 양자회담에서 남중국해 현상 변경을 막기 위한 미국의 좀 더 강력한 역할을 주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정상회의 채택 공동성명에 '남중국해'와 '중국'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데 실패했다. 라오스 등 중국과 가까운 나라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군사기지화' 등을 성명에 담으려고 했으나 "해양 분쟁은 평화적으로 국제법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적 선언에 그쳤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한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