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더 공부해서 쿠바에 오는 한국 관광객과 무역 관계자들의 통역을 맡고 싶어요."

지난 12일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첫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국영 통신사 직원 디아멜리스(29)씨는 "한국에 가면 꼭 고궁을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 한양대학교와 주(駐) 멕시코 한국대사관 후원으로 열린 대회에는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오른 한글학교 학생 12명이 '내가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 같은 발표 주제를 놓고 경쟁했다.

쿠바의 통·번역 대학에서 한글을 전공하고 평양 유학까지 했다는 페레스씨는 "열일곱 살 때부터 공부한 한글을 작년부터 다시 시작했다"며 "예순 살인 내게 한글 공부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했다. 200여 쿠바인 청중이 웃음을 터트렸다.

12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첫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김익환(앞줄 오른쪽) 국제교류재단 한국학교 교수가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시가와 모히토로 유명한 쿠바는 어떤 나라?]

심사를 맡은 정덕래 코트라(KOTRA) 아바나 무역관장은 "일부 참가자는 무역관 인력으로 채용해도 될 정도로 실력이 좋다"고 했다. 디아멜리스씨는 부상으로 오는 7월 한양대학교 국제여름학교에서 한 달간 공부할 수 있는 비용을 지원받게 됐다.

쿠바의 한국 교민은 20명 정도. 가브리엘라(22)씨는 "듣기가 가장 어려운데, 주변에 아는 한국인이 없어 발음 연습이 쉽지 않다"고 했다. 우리와 외교 관계도 없고 교역량도 미미하지만 쿠바에는 2013년부터 한류(韓流) 팬이 생겨났다. 그해 방영된 드라마 '내조의 여왕'은 시청률 87%를 기록했다. 한글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한국문화 애호 동호회'까지 만들어져 1000여 명이 가입했다.

3년째 한글학교에서 100여 명을 가르친 국제교류재단 김익환 교수는 "인터넷이 통제된 쿠바의 학생들은 멕시코나 마이애미에서 한류 콘텐츠를 담아 가져오는 CD와 이동식 저장 장치(USB)를 애용한다"고 했다. 아바나 시내에는 한국 드라마나 뮤직 비디오를 저장한 컴퓨터 하드 디스크를 통째로 팔거나 대여하는 가게도 생겼다.

리세트(27)씨는 "언젠가 쿠바에 생길 한국 대사관에 취직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노동자 평균 월급이 30쿡(약 3만6000원) 수준인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 몇 십 배 돈을 버는 외국계 회사는 젊은 층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