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특별 연설을 통해 정부 대북(對北) 정책 기조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고 북한 체제 붕괴까지 염두에 둔 공세적 대북 압박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이다.

취임후 첫 국정현안 국회 연설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특별 연설을 통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 대북 제재의 배경과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있다. 특정 현안에 대한 이번 연설은‘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거나 서한으로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는 헌법 81조에 따라 열렸다. 1987년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의 특별 연설로는 여섯 번째다.

[朴대통령 '2·16 독트린' 단결 호소]

박 대통령은 이날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 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란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저와 정부는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다" "극한의 공포정치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을 곧바로 겨냥했다. 이어 "잘못된 통치에 의해 고통받은 북한 주민들의 삶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북한의 국가 공휴일인 김정일의 생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더 이상'이란 표현을 일곱 번 사용했다. 모두 '이젠 북한 정권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결연함을 보이는 대목에서였다. '대화'라는 단어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 연설은 북한에 대해 사실상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정권 교체)'를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2·16 독트린' '북한 정권 전환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북한의 정책 전환(레짐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개혁·개방은 무의미해졌고,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로 나가자는 선언"이라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이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사실상 끝난 상황"이라고,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대화와 압박, 두 축(軸)으로 움직이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압박의 축으로 완전히 옮겨 가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개성에 있는 우리 국민들의 안위를 뜬눈으로 걱정해야만 하고, 우리 기업들의 노력들이 북한의 정권 유지를 위해 희생되는 상황을 더는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 원장은 "개성공단은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남북 관계의 긴장을 막아주는 안전밸브라는 인식 때문에 그동안 '면책특권'을 받아 왔다"며 "그러나 그러기에는 북핵이 너무나 위험한 상황에 도달했다"고 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