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근로자 아버지와의 추억 담은 선물"

조선일보
  • 정유진 기자
    입력 2016.02.16 03:00 | 수정 2016.03.04 14:28

    미디어 아티스트 전병삼, 김포공항에 항아리모양 '오' 설치
    작품 앞 촬영 장치에 얼굴 찍으면 항아리 표면에 이미지로 나타나

    "1978년 어머니 등에 업혀 김포공항에서 쿠웨이트 건설 현장으로 떠나는 아버지를 배웅했어요. 5년 뒤 김포공항에서 아버지와 재회했습니다. 아버지와 이별하고 다시 만난 우리 가족의 추억을 달항아리에 담아 공항 이용객에게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미디어 아티스트 전병삼(39)이 먼지 뽀얀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지난달 김포국제공항에 설치된 달항아리 모양 미디어 작품 '오'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공항공사가 연 미디어 아트 공모에 참여해 "한국 최초의 국제공항이라는 김포공항의 역사와 아날로그 감성을 잘 살렸다"는 이유로 최종 선정됐다.

    이미지 크게보기
    직원들과 밤을 새우며 달 항아리 모형 위에 플라스틱 디스크 20만개를 직접 붙였다는 전병삼 작가는 “손작업을 끝내고 나니 지문 인식이 안 돼 직원들이 사무실로 들어오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김포공항은 규모는 작지만 인천공항보다 먼저 생긴 '맏형 공항'입니다. 그래서 조형적으로 전통적인 형태를 고민하다가 달항아리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설치물의 크기는 폭 10m에 높이 10.4m. 표면은 50원짜리 동전 크기 플라스틱 디스크 20만개로 만들어졌다. 이 디스크 안쪽으로 연결된 케이블과 제어장치를 통해 디스크가 앞뒤로 뒤집히면서 하얀 표면에 파란색 형상이 나타난다. 공항 이용객들이 작품 앞에 있는 촬영 장치에 대고 얼굴 사진을 찍으면 항아리 표면으로 이미지가 커다랗게 나타난다. 작가는 "옛날 공항의 발착(發着) 안내 전광판에 쓰였던 기술을 응용한 것"이라며 "지금은 전광판이 LED로 돼 있지만 김포공항이 가진 추억과 역사를 환기하기 위해 이 방식을 써봤다"고 했다.

    홍익대 조소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가 선정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융합형 인재―호모 크리엔스'로 뽑혔다. 2015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작품 제목 '오'는 "항아리가 받침대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한글 '오' 자를 궁서체로 쓴 것과 비슷해서 붙인 이름인 동시에 '나에게 주는 선물'이란 의미의 '오(吾)'이기도 하다"며 "개인적으론 가족을 위해 젊음을 희생한 아버지께 바치는 선물"이라고 했다.

    [키워드 정보]
    미디어 아트(media art)란?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