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일회용 주사기

    입력 : 2016.02.15 03:00

    10년 전만 해도 미국 병원에 연수 갔던 한국 의사들은 전신마취 수술 뒤처리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술을 잘해서 놀란 게 아니다. 수술이 끝나면 마취에 썼던 인공 기관지, 마취 기계와 연결된 2m 튜브, 마우스피스, 장갑, 가위까지 환자 몸에 닿은 것은 죄다 버리기 때문이다. 한국 병원에선 소독해 다시 쓰는 것들이어서 "에고, 아까워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제는 국내 종합병원들도 웬만한 전신마취 소모품은 일회용을 쓴다.

    ▶속살이 드러나는 수술실에서는 환자 몸을 감염 방지 수술포로 여러 겹 덮는다. 의료진은 수술복에 수술모, 마스크, 수술 가운을 덧입는다. 선진국 병원은 이 모든 걸 한 번 쓰고 버린다. 일부 국내 병원은 아직도 헝겊 수술포와 수술 가운을 쓴 뒤 소독해 다시 사용한다. 병원들은 일회용 쓴다고 의료수가를 더 받을 수 없다고 불만이다. 이건 감염 차원이 아니라 기분 문제다. 식당에서도 새 손님 오면 상차림을 새로 하는데 하물며 수술실이….

    [만물상] 일회용 주사기
    ▶장년 세대는 '국민학교' 시절 '불 주사'를 기억할 것이다. 예방 접종받으려고 줄줄이 서 있다가 앞 친구가 알코올 램프에 달군 주삿바늘에 찔려 몸을 떠는 모습, 그것이 곧 내게 닥칠 것이라는 공포. 그건 가난과 무지의 접종이었다. 일회용 주사기를 쓸 여력이 없었기에 불 소독으로 돌려 맞아야 했던 아찔한 방식이었다. 단체 접종은 청소년에게 집단적 불안 히스테리를 일으킬 수 있어 요새는 주사 장면을 아이들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몇몇 병원이 일회용 주사기를 다시 써 바이러스 감염을 시키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 이어 원주·제천에서도 주사기 재사용 사건이 불거졌다. 100원도 안 되는 주사기 값 아끼려고 그렇게 한 것 같지는 않다. 그 의원 원장들이 뇌를 다쳐 정신이 없거나 고령으로 판단에 문제가 있거나 무신경했다는 게 보건 당국 분석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 체제 곳곳에 '세월호'와 그 선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국은 일회용 의료기 재사용이 의심스러우면 의료기관 내부 종사자나 환자가 '공익 신고'를 하도록 적극 권장하겠다고 했다. 내밀한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신고하면 즉시 현장 조사에 나서고 공익 침해로 판정될 경우 신고자에게 포상금도 주겠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비(非)상식적 의료 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바로바로 찾아내 퇴출하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 의료인 면허는 종신제나 다름없다. 하지만 더 끔찍한 일이 터지기 전에 부적격 의료인을 걸러내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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