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성명 직접 고치며 분노 담은 朴대통령

조선일보
입력 2016.02.13 03:00

[北 핵·미사일 파장]

개성공단 '전면 중단' 용어 직접 선택… 原案 대부분 수정

지난 3년간 대화 노력했는데 돌아온 건 핵과 미사일 발사
"더 이상 北정권 신뢰 못해… 과거와 다른 차원 조치 필요"
다음 주 초 對국민담화 검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일 발표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성명에는 통일부가 올렸던 원안(原案)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날 오전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된 데 이어 최종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고치면서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성명 상당 부분은 대통령의 육성(肉聲)이나 다름없다"며 "신뢰를 저버린 상대(북한)에 대한 분노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용어도 최종적으로 박 대통령이 선택했고 발표 후 외신에서 이를 어떻게 번역할지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3년간, 북한의 지뢰 도발 등에서도 어찌 됐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란 이름의 대북 대화 기조는 이어 나가려 했다. 하지만 올해 벽두부터 북한은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했고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상당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드레스덴 선언, 경원선 복원, 비무장지대(DMZ) 평화생태공원 등 박 대통령의 대북 제안을 나열한 뒤 "그렇게까지 했는데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응답했다"며 "이제 대통령은 '참을 만큼 참아왔고 더 이상 북한 정권을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상대로 여기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참모들에게 "북한이 유엔 제재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과거와 차원이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10일 발표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성명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같은 날 윤병세 외교장관이 미·중·일·러의 유엔 주재 대표를 만나 "5차, 6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 결의가 '마지막 결의(terminating resolution)'가 돼야 한다"고 밝힌 것 역시 사실상 박 대통령의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한편 청와대는 현 안보 상황과 관련해 내주 초쯤 박 대통령이 국론 통합을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직접 한반도 정세의 엄중함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불가피성을 설명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한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일반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만큼 국가원수이자 국군 통수권자로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앞으로 남북 관계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통 분담을 호소하면서 우리 내부의 분열이 없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울러 국지 도발 또는 기간 시설에 대한 테러 등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커진 만큼 테러방지법 처리 등 정치권의 협조도 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 관계자는 "공항·철도 등에 대한 사이버 테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야당이 국가정보원에 테러 대비 기능을 두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는데, 어느 나라도 그 기능을 국민안전처와 같은 정부 기관에 두진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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