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상·하원이 강도 높은 대북(對北) 제재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키면서 기록을 세우고 있다. 우선 연방 상원이 지난 10일(이하 현지 시각) 법안을 통과시킨 뒤 이틀 만인 12일 연방 하원이 같은 법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통과시켰다.

법안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도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과, 흑연 같은 광물 자원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애초 하원은 13~21일 휴회여서 22일 이후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여야 지도부의 동의를 얻어 계획을 바꾼 뒤 12일 본회의에 올렸다. 특히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의 상징으로 여겼던 개성공단 중단을 발표하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표결을 서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이후 하원 표결→상원 수정안 표결→하원 수정안 재표결 등의 과정을 37일 만에 끝낸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통상 미국 법률은 발의부터 상하원 통과까지 평균 280일 정도 걸리는데 이번엔 입법 속도가 8배 정도 빨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또 상·하원은 외무위와 본회의 등 절차마다 거의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의원 30명이 법안 통과 후 별도 환영 성명을 낸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미국 의회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초당적으로 대북 제재에 나선 것이다.

백악관도 법안이 넘어오면 바로 처리할 방침이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12일 "행정부가 법안을 아직 다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대북 제재를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 점은 정부와 의회가 같은 생각이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르면 '대통령의 날' 휴일(15일) 이후인 16일쯤 법안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 위원장인 맷 살먼(공화) 의원은 북한에 대한 정보 유입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9일 발의했다. 법안은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정보가 들어갈 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크게 늘렸다. 과거에는 라디오밖에 없었는데, 휴대용 저장 장치인 USB나 음성·영상 재생기, 휴대전화, 무선 인터넷, 웹페이지, 무선통신 같은 전자 매체 등 사실상 모든 수단을 쓸 수 있게 했다. 또 대통령은 국무장관을 통해 정보가 담긴 기기를 북한에 (직접) 배포하거나 배포하는 것을 도울 수 있게 했고, 북한에 외부 정보를 유입시킬 수 있는 물품이나 방법을 개발하는 단체를 지원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