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근로기준법도 안 읽고 '쉬운 해고'라니

    입력 : 2016.02.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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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갑식 선임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는 작년 말 기준으로 2587만9000명이다. 우리 인구 5154만명의 딱 절반 수준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그중 1842만명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회사에 다니는데,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는 10.3%인 190만명이라고 한다.

    이 근로자들의 관심을 끌 뉴스가 지난달 19일 전해졌다. 작년 9월 15일 이뤄진 노사정 타협 파기 소식이다. 파기 이유는 '쉬운 해고'인데, 근로자 다수는 공부도 않고 '쉬운 해고'를 사실인 양 믿으며 "내 목 자르려는 나쁜 정부"만 탓하고 있다. 이 과정을 보며 근로기준법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근로자가 몇 퍼센트나 되는지 궁금해졌다. 법전을 들춰만 봐도 '쉬운 해고'라는 말 자체가 새빨간 거짓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식(無識)은 괴담(怪談)의 씨앗이요, 나라 망치는 지름길이란 말은 사실이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1953년 5월 10일 시행됐다. 모두 116조항과 부칙으로 구성됐는데 다 읽는 게 부담스럽다면 제2장 근로계약 15조부터 42조까지 28조문만이라도 통독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이 조문 28개 어디에도 '사용자는 근로자를 자를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사용자는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할 수 없거나, 해고를 하더라도 긴박한 경영상 사유를 입증해야 하고, 해고를 회피하려는 노력을 최대한 해야 한다는 내용뿐이다.

    다음 사례를 보면 '쉬운 해고'라는 말이 어불성설(語不成說)임을 알 수 있다. 어느 자동차 영업팀의 한 달 평균 판매량이 1인당 20대라고 치자. 근로자 A만 10년째 월 2대밖에 못 파는데 성과급을 제외하고는 다른 팀원과 같은 대우를 꼬박 받아왔다. 이때 화나는 쪽은 사용자일까 팀원들일까. 단언할 순 없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불만이 사용자 못지않을 것이다. 이런 A지만 현행법상 해고하는 게 쉽지 않다. 먼저 사용자 단독이 아닌, 노사로 구성된 평가팀이 그를 '저(低)성과자'라고 인정해야 한다.

    이후 A는 교육 훈련을 통해 능력을 기르도록 배려받고 정 안 되면 다른 자리로 옮겨 일할 수도 있다. 그래도 제 몫을 못 해야 해고할 수 있다는 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정 인사 지침'이다. 이 절차를 다 밟으려면 최소한 몇 년이 걸릴 텐데 이게 '쉬운 해고'인가?

    '공정 인사 지침' 못지않게 '취업규칙 지침'도 오해투성이다. 올해부터 근로자 정년이 60세로 늘었다. 정년 연장의 혜택을 입은 만큼 임금을 줄여(임금 피크) 청년을 고용하자는 게 취업규칙 지침의 핵심이다. 자식 둔 근로자는 대개 찬성할 것이다.

    사실 노사정 타협 파탄의 주범은 따로 있다. 첫째, 노동계가 정작 두려워한 것은 성과 연봉제인데 이것은 놀고먹는 귀족 노조에는 치명타다. 둘째, 노동부는 1.9%로 추산되는 한국노총 일부 노조의 기득권 집착을 실기(失機)의 이유로 꼽는다. 셋째, 한국노총은 줄기차게 요구했던 대통령 면담 요구가 묵살당한 점을 결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모든 게 다 수포로 돌아간 지금 근로자가 할 일은 근로기준법 통독이다. 조문을 들추면 왜 46년 전 청년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거짓을 밝힐 진실의 방패를 살펴보지도 않고 우리는 죽겠다는 타령만 늘어놓으며 괴담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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