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인가, 장비 효과인가… 세계 육상 또 '의족 논란'

    입력 : 2016.02.06 03:00

    [이번엔 멀리뛰기서 논쟁]

    '장애인 1인자' 마르쿠스 렘, 리우 올림픽 출전 도전 선언에
    IAAF "의족이 기록향상 도와"
    렘은 "순전히 노력의 결과… 다른 의족 선수보다 1m 더 뛰어"

    또다시 세계 육상계가 '의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독일의 장애인 멀리뛰기 선수 마르쿠스 렘(28)이 최근 2016 리우올림픽(8월 6일 개막) 출전 도전을 선언하면서부터다. 육상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블레이드 점퍼(blade jump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렘은 15세 때 웨이크보드를 타다 사고로 오른 무릎 밑을 절단했다. 이후 칼날같이 생긴 탄소섬유 재질 의족을 활용하고 있다. 의족으로 도움닫기를 한다. 2012 런던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챔피언에 올랐고, 장애인 세계선수권 3연속 우승(2011·2013·2015)을 했다. 장애인 멀리뛰기의 명실상부한 1인자다.

    렘은 지난달 말 영국 BBC 인터뷰에서 "리우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실전 점검을 위해 이달 20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하는 실내 육상 그랑프리 대회에서 비장애인 선수와 겨루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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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장애인 멀리뛰기 선수 마르쿠스 렘이 2016 리우올림픽 도전을 선언하면서 세계 육상계에 ‘의족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렘이 작년 10월 도하 장애인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경기하는 모습. 이 대회에서 그는 장애인 육상 멀리뛰기 세계 신기록(8m40)을 세웠다. /Getty Images 멀티비츠

    렘은 육상계에 처음으로 '의족 논란'을 일으킨 단거리 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와 같은 재질의 의족을 쓴다. 두 다리 모두 의족을 착용한 피스토리우스는 IAAF(국제육상경기연맹)를 CAS(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한 끝에 '의족과 경기력은 큰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그는 런던올림픽 400m에 출전했다.

    그러나 렘은 여전히 장애인 출전에 보수적인 IAAF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IAAF는 '의족 등 보조 장치가 기록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선수가 입증해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 렘은 "의족 때문에 유리한 점은 없으며 기록은 순전히 노력의 결과"라며 "(다리가 절단된) 몸의 오른쪽은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 힘든 부분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렘의 의족에 대한 별도의 검증 절차를 거치기 전까지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국의 전폭적 지지를 받던 피스토리우스와 달리 렘은 독일육상연맹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렘은 작년 독일 선수권 대회 당시 1위를 했으나 의족 사용을 이유로 연맹으로부터 '무효 처리' 당했다.

    올림픽 메달권인 렘의 기록은 논란을 더욱 부추긴다. 지난해 8m40의 장애인 멀리뛰기 세계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8m31)보다 뛰어난 기록이었다. 또한 작년 베이징 세계선수권 우승 기록(8m41)에 단 1㎝가 뒤진 2위 기록에 해당한다. 올림픽 출전 자격의 기본이 되는 기준 기록(8m15)은 가볍게 넘는다. 이 종목 한국기록은 8m20이다.

    비장애인 체육계는 대체로 "육상은 인간 신체의 한계와 능력을 시험하는 종목"이라며 "의족 등 기록에 관여될 수 있는 보조 장치가 허용된다면 오히려 비장애인 선수에 대한 역차별이며, 기록과 순위 경쟁의 가치가 없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호주 육상의 개리 본 코치는 "의족의 탄성이 도움닫기를 할 때 스프링 같은 역할을 한다"며 "렘이 세계 정상권까지 기록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건 의족의 도움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했다. 의족이 구름판에 닿는 면적이 비장애인 선수보다 작아 도움닫기를 하는 순간 힘을 모으기 쉽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렘은 "의족을 달고 뛰는 다른 선수들 기록은 나와 1m 넘게 차이가 난다"며 반박했다.

    장애인체육계는 차별없는 장애인 선수의 출전이 '올림픽 정신'이라며 렘의 도전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필립 크레이븐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 회장은 "아직도 스포츠에는 장애인이 넘기 힘든 차별의 벽이 존재하고 있다"며 "소수이자 비주류인 장애인 선수가 육상의 근본을 뒤흔들 것이라는 발상은 확대 해석"이라고 밝혔다. 역대 올림픽 무대에 오른 장애인 선수는 총 12명이다. 렘은 "이것은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모든 장애인 선수의 권리가 달린 문제"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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