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똑똑한 여자'

    입력 : 2016.02.06 03:00

    어느 결혼 정보 업체가 혼기 찬 남성들에게 '가장 꺼리는 신붓감'이 누구냐 물었다. 유학 다녀온 여자, 자취하는 여자, 무전여행 해본 여자, 여대(女大) 나온 여자 순이었다. 콧방귀 뀔 일 아니었다. 싱글인 후배 여기자가 결혼 중매 업체를 다녀오더니 한숨을 내쉰다. "직업이 기자"란 말에 상담사 얼굴빛이 달라지더란다. 후배는 대신 맞선에 성공하는 법을 배워 갖고 왔다. 또박또박 말대답하지 않기, 남자 말에 '아, 그러셨어요?' 맞장구치며 웃어주기….

    ▶빈틈없고 당당한 여자가 싫은 건 남자만이 아닌가 보다. 주말 드라마 보던 어머니가 혀를 차셨다. "차암~ 입 한번 똑똑하다. 한마디를 안 져. 그러니 남편이 도망가지." 며느리 들으란 소리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말 한마디 안 지는 여자'가 가장 버거운 건 그녀의 직장 상사일 것이다. 조직 리더십을 연구하는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는 대기업 연구원 시절 '조직의 쓴맛'을 봤던 얘기를 했다. "의자 팔걸이에 양팔을 걸치고 앉았더니 거만하다 하고, 에두를 줄 몰라 곧이곧대로 말했더니 독하다 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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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아픔' 있는 여성들에게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의 말은 듣기 거북했을 것이다. 여자가 너무 똑똑하게 굴면 밉상이라니, 약간 모자란 듯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니, 무조건 "네 네" 하는 게 좋다니. 꼰대 아저씨들이나 담배 피우며 수군댈 말들을 여성 국회의원이, 그것도 총선에 도전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했다니 눈살이 찌푸려진다. 김 의원 나름대로 터득한 생존의 지혜인지는 모른다. 대부분 남성인 데다 위계가 군대 이상인 정치판에서 여성으로 살아남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리더십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강한 여자를 두려워하고 멀리하는 한국 사회에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그 첫째가 따뜻함으로 무장하는 것이다. 아무리 옳다고 확신해도 부드러운 말씨로 전달하고, '나 혼자 잘해야지'라는 생각보단 조직 구성원을 두루 배려하는 팀워크에 능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이 전략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저 잘난 맛에 사는 남자도 밉상이긴 마찬가지 아닌가. 김 의원의 잘못은 '여자가…'라는 단서를 앞에 붙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똑똑한' 여자다. 촌스러운 외모, 말하기보단 주로 듣기, 속내 드러내지 않기, 남편 저녁상을 위해 장보기까지 대중에게 사랑받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여자다. 난득호도(難得糊塗)라 했던가.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숙하기도 어렵지만 총명에서 어리숙의 경지로 들어가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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