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정치수준 그대로 보여준 '眞朴들'

입력 2016.02.05 03:00

[텃밭서만 眞朴마케팅, 黨 전체엔 '짐박']

"장·차관·수석 지낸 사람들이 정치적 비전으로 승부 않고 대통령 이름 석자만 팔고다녀"

親朴 핵심 최경환, 인증샷 순례… 후보 현수막 朴대통령 사진 도배
무엇을 할건가 설명하지 않고 '진박'임을 강조하는 연설만
"따뜻한 양지만 좇는 사람들… 親盧같은 또 하나의 패권주의"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을 돌며 이른바 '진박(眞朴) 마케팅'을 펼쳤던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이 4일에는 수도권까지 돌아야 했다. 해당 후보들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을 강조하며 이들이 '진박'임을 '인증'하러 다니는 것이 요즘 그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최 의원은 이날 오후에는 유승민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종훈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에게 도전장을 낸 권혁세 예비 후보(전 금융감독원장)의 선거 사무소를 찾아 축사 동영상을 촬영했다. 최 의원은 애초 오후 3시로 예정된 권 후보의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오후 2시 '원샷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소집되자 서둘러 동영상만 찍었다. 이처럼 최 의원이 요즘 지원을 다니는 예비 후보는 대부분 현 정부에서 장차관 또는 청와대 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해당 지역에서는 이들이 재임 중 성과로 평가받거나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지는 않고 '박근혜' 이름 석 자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들의 출마 지역이 대부분 여당이 전통적으로 강세인 곳이어서 당내에서는 "너무 쉽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최경환(오른쪽) 새누리당 의원이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권혁세 예비후보(분당갑) 선거 사무소에서 권 예비후보의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경환(오른쪽) 새누리당 의원이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권혁세 예비후보(분당갑) 선거 사무소에서 권 예비후보의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권혁세 예비후보사무소 제공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과 맺어진 친분을 이용해 '박근혜 브랜드'에 목매는 이른바 '진박 마케팅'은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대구·경북(TK) 지역에 출마한 현 정부 장관·청와대 수석 출신 등은 이른바 '진박 연대'를 형성해 함께 모여 사진을 찍고, 이를 홍보하는 것으로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구를 다니면서 "저는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특명을 받고 왔다"는 등 '박근혜'를 끊임없이 입에 올린다. 명함과 현수막을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도배한다. 연설에서도 자기가 무엇을 할 것인지 설명하기보다 '진실한 사람'임을 강조하는 분량이 훨씬 많다.

대구 서구에 출마한 윤두현 전 홍보수석의 800자가량 '출마의 변'에는 박 대통령의 이름이 8번 등장한다. 윤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앞장서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박근혜 정부를 진정으로 위하는 진실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전 수석은 "저는 감히 자신한다. 제가 그 진실한 사람 중 하나라고…"도 했다.

박근혜 정부 장관·청와대 수석 출신 총선 예비 후보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은 박 대통령의 지역구와 선거 사무소를 물려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 후보는 "우리 달성군민이 만든 대통령을 우리가 힘을 모아 지켜 드리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며 "대통령님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추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는 '박근혜' 연호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대구 중·남구)도 출마 인사말에서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배신의 정치'는 박근혜 정부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회를 바꿔야 우리 박 대통령이 성공한다"고 했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구갑)은 "저는 박 대통령의 국가 운영 철학에 깊이 공감한다"며 "박근혜 정부를 반드시 성공한 정부로 만들겠다"고 했다.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부산 기장)은 캐치프레이즈를 '대통령이 믿는 일꾼'으로 정했다. 이들 진박 후보는 지역의 정책 공약은 대부분 한마디씩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정 전 장관은 자신이 출마한 대구 동구갑을 "가장 어렵고 험난한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박 후보가 출마한 곳은 굳이 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아도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최 의원이 4일 찾은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의 출마지인 성남 분당갑도 여당세가 강하다. 그 때문에 이들 진박 후보에 대해 "따뜻한 양지(陽地)만 좇아 편하게 국회의원 하려는 사람들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비박계 의원은 "여당 텃밭에 출마할 게 아니라 장관과 수석 등을 통해 쌓은 인지도로 수도권의 어려운 곳에 도전하는 게 대통령을 위하는 길 아니냐"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친박을 야당 친노(親盧)에 비유해 '또 하나의 패권주의'라고 했다.

진박 마케팅 자체가 승자 없는 게임이란 지적도 나온다. 어차피 새누리당이 이길 곳에서 공연히 진박 논란을 일으켜 당이 분열되고 희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영남에서만 힘을 발휘할 진박 마케팅은 오히려 수도권 등에서 당의 승리에 부담만 될 뿐"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진박이 아니라 '짐박'이다"고 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을 무조건 돕는 게 국회의원의 본분은 아닌데 일부 진박 후보가 이를 착각하고 있다"고 했다.

[인물 정보]
친박(親朴)계 핵심 최경환 의원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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