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침대가 지카 바이러스를 포함한 유해 병원균을 차단합니다.'

지방에 있는 한 침대 제작사가 최근 자사(自社) 블로그에 내건 광고다. 이 업체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며 "흙으로 만든 우리회사 침대에 포함된 미생물 효소가 병원균을 차단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일부 건강 보조 식품업체들도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버섯가루, 비타민제 등을 '지카 예방약'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에서 시작된 지카(Zika) 바이러스가 아시아까지 번지자 대중들의 불안감을 이용한 '공포 마케팅'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할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키워드 정보] 지카바이러스 대표 증상과 예방법은?]

최근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한 한방 병원은 인터넷 블로그에 "소두증 치료에는 '인지탕'이 효과적"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병원은 "인지탕을 복용하면 키가 자라듯 뇌가 성장하고, 대뇌 피질(대뇌 가장 겉의 신경세포 집합)이 더 두꺼워진다"고 선전했다. 이 광고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병원 측은 "소두증 환자의 인지 능력 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한한의사협회는 이 병원을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겨울철이 비수기인 소독 업체들도 최근 때아닌 성수기를 맞았다. 경기 성남에 사는 박모(여·33)씨는 "최근 남편이 동남아로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바람에 걱정이 돼 소독 업체에 집 전체 소독을 의뢰했다"고 했다. 인천의 한 소독 업체 대표 김모(31)씨는 "지난해 메르스를 겪으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커진 탓인지 하루 수십 통씩 소독 문의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일부 소독 업체는 '친환경 소독액으로 지카 바이러스를 퇴치한다'고 선전하고 나섰다.

모기 퇴치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지마켓에 따르면 모기 퇴치용품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0% 이상 증가했다. 또 모기 기피제나 모기약 제조사들도 '지카 바이러스 관련주(株)'로 꼽히며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며 민간 모기 퇴치법이나 천적(天敵) 요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경북 구미시는 최근 공원 등에 모기가 싫어하는 향을 풍기는 구민초를 심었고, 충북 진천군 등은 저수지·하천 등의 모기 유충 서식지에 유충을 잡아먹는 미꾸라지를 풀었다.

광우병·메르스 사태처럼 대중의 불안이 커질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괴담(怪談)도 번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지카 바이러스 잠복기는 최대 2년이다' '공기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는 등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떠돌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인구 감축을 위해 지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음모론도 나온다. 게이츠재단의 후원을 받는 영국 옥시텍사(社)가 '뎅기열 퇴치'를 위해 개발한 유전자 조작 모기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중남미 지역으로 신혼여행을 계획했던 예비부부들도 여행지를 바꾸고 있다. 신혼여행 전문 헬로우트래블 관계자는 "멕시코 칸쿤을 가려던 신혼부부 대부분이 유럽으로 여행지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