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靑 X파일, 서류는 없지만 내 머릿속엔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16.02.04 03:00 | 수정 2016.02.04 10:17

[더민주 입당한 前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本紙와 인터뷰]

- 野가 자신을 선거에 이용?
"사람 우습게 보지 마라… 그러면 난 더민주를 나갈 것"

-'문건 때부터 불순한 의도'라는 靑?
"얼마나 날 매도했나, 놀랍지 않아… 난 영화의 손모가지 잘린 이병헌"

- 朴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식당 장사 안 돼 죽겠다… 제발, 정말 성공하셔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3일 청와대 근무 시절 취득한 청와대 핵심 정보(이른바 'X파일')를 들고 야당으로 갔다는 지적에 대해 "서류 같은 것은 들고 나온 게 아무것도 없다"며 "다만 머릿속에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기억을 컴퓨터와 비교하면서 "(그 정보들을) 머릿속에서 포맷(format·초기화)은 안 했고 삭제(delete)만 했다. 포맷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컴퓨터 용어로 설명하자면 지우긴 지웠지만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며 필요하면 되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야당이 자신을 선거에 이용할 가능성을 묻자 "사람 우습게 보지 마라. 그러면 난 더민주를 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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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3일 서울 마포구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야당이 날 이용하려 한다면 탈당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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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 자신의 식당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그런 걸 조금이라도 얘기할 생각이 있었다면 2014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영장이 청구됐을 때 검사한테 혹은 저기 1번지(청와대)에 '나 이런 거 깔 건데 너희 계속 이런 식으로 할래?'라고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측이 "문건 유출을 할 때부터 정치를 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하는 데 대해 "별로 놀랍지도 않다. 문건 사건이 터졌을 때도 팩트(사실) 조금에다가 다른 걸 왕창 섞어서 날 매도했다. (반대통령 세력으로 지목됐던) '7인회' 등 소스(source·정보원)가 다 거기지 어디였겠느냐"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문건이 유출됐을 때 '나한테 덮어씌우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회의에서 나를 '국기 문란 사범'이라고 했다"며 "그래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3인방에 대해 한마디씩 했던 거다. 내가 죽더라도 (청와대가) 좋아지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사건 이후 3인방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 날 만나고 싶었다면 식당으로 오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정윤회 문건' 작성자로 구속된 박관천 전 경정에 대해선 "면회가 안 되게 돼 있다"며 "유능한 친구였지만 방향이…"라며 말을 흘렸다. 하지만 청와대와 관련된 다른 질문에는 "그런 얘기하려고 여기(야당)에 들어온 게 아니다"고만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영화 '내부자들'에서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다 버림받은 조폭 역할을 했던 이병헌씨에 비유했다. 그는 "영화 보면서 손모가지 잘린 이병헌이 생각났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을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선 "문 전 대표가 처음 여기(식당) 왔을 때 기분이 안 좋았다. 그냥 '헐' '깜놀'이란 표현밖에 생각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장사를 시작한 건 온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고 손가락질 받을 때 그냥 있으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며 "정치 수업하려고 한 거 아니다"고 했다. 총선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이길 자신보다는 (더민주가) 나를 필요로 하니까 좋은 것"이라며 "역할이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땐 박 대통령을 도왔으면서 이번 총선에선 문 전 대표와 손을 잡은 것에 대해선 "우리가 총 쏘고 싸운 것도 아니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는 야당 입당에 대한 주변 반응을 묻자 "대구에 있는 친구들이 '니 빨갱이당에 와 갔노'라고 하더라"고 했다. 또 입당 전날 언론에 "더민주에 갈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원래 거짓말은 못 하는데, 해당(害黨) 행위가 될까봐 그랬다"고 했다. 그는 "요즘 뉴스에서 나에 대해 별로 좋은 말이 안 나온다고 해서 뉴스는 안 보고 응팔(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나 다시 보려 한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 "제발, 정말 성공하셔라. 그래서 우리나라 업그레이드시켜 달라. 장사 안 돼 죽겠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작년 10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를 받고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당연히 무죄"라고 했다.

한편 이날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조 전 비서관 영입과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 비대위원은 "조 전 비서관은 이미 문 전 대표 사퇴 전 공들였던 인사였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원칙"이라며 "하지만 당내 찬반이 갈리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인물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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