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는 31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검토하자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지난 1991년 남북이 핵무기 시험·생산 등을 금지한 합의이고, NPT는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국제적으로 약속하는 다자(多者) 조약이다.
정 전 대표는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국내 현안에 대한 언급은 피해 왔다. 이 때문에 정 전 대표가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대표 측은 이날 그의 발언을 "기사로 소개해줬으면 좋겠다"고 기자들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북핵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핵에 상응하는 강력한 수단이 있을 때만 핵을 없애는 협상도 가능하다"며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 인접 적대국이 핵무기 실험을 할 때 대충 말 폭탄이나 쏘고 그만두는 경우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 보유에 미온적인 여론에 대해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을 마주하고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병리적 방어 기제가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NPT 제10조는 국가 안보가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 회원국의 경우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우리는 절대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는데,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남북 비핵화선언은 한 쪽이 깨면 성립될 수 없다"며 "우리 정부는 지금이라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이미 폐기됐음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대표가 작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출마가 좌절된 뒤 국내 정치에 복귀할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론'이 제기됐을 때도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이날 발언을 두고 "북핵 문제를 계기로 정치에 복귀하고 곧바로 내년 대선 준비로 가려는 전략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 전 대표 측근은 "총선 불출마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늘 관심을 가져왔고 북핵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에 입장을 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