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北核 앞에 발가벗고 서 있으라는 건가

조선일보
  • 김태우 건양대 교수·前 통일연구원장
입력 2016.02.01 03:00

美가 제공하는 '핵우산'만으론 국민 불안감 불식하기에 미흡
전술핵 반입·핵잠함 상시배치 등 동맹조약 개정 추진해야
동맹 전체의 역량 키울 수 있게 美는 만류자 아닌 협력자 돼야

김태우 건양대 교수·前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건양대 교수·前 통일연구원장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줄곧 '대화와 설득'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대북제재를 모색하는 국제사회의 외교 공조에 찬물을 뿌리고 있다. 중국 내에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시각과 '외교적 부담'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중국의 이중적 태도는 해석이 불가능할 만큼 난해한 현상이 아니다. 미·중 간 패권경쟁과 동북아 신냉전 구도를 감안한다면, 사드(THAAD)에 대한 중국의 민감성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 중국은 역사·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웃이다. 한국정부가 중국의 입장을 배려하고 대중(對中) 외교에 정성을 쏟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며, 이 선택은 앞으로도 유효하다. 그럼에도 중국이 '적절한 우려 표명' 수준을 넘어 주권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에 해당하는 대국(大國) 논리를 앞세운다면, 한국은 단호히 이를 거부해야 한다.

북핵은 중국에 있어 '주변지역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불편한 문제이자 중국의 지도력을 훼손하는 불쾌한 문제'이지만, 한국에는 '죽고 사는 문제'이다. 중국이 대화와 설득으로 북핵을 포기시킬 수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대화와 설득'만을 강조하는 것은 "북핵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내심 북한이라는 동맹국이 보유한 핵무기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심중(心中)을 확인한 한국이 동맹국과 더불어 국가 생존을 도모하는 것은 주권국의 당연한 권리이며, 중국이 이를 시비한다면 한국에 "북핵 앞에 나신(裸身)으로 서 있으라"고 요구하는 무례를 범하는 것이 된다.

사드가 배치될 경우 수반되는 X-밴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를 두고 중국을 자극하느니 않느니 논쟁을 벌이는 것 자체도 구차스럽다. 중국은 200개 넘는 위성을 운용하는 우주강국이자 주변국들을 사정권에 두는 타격수단을 보유한 군사강국이자 핵강국이다. 이런 중국이 북핵 대비용으로 한국에 배치되는 레이더의 탐지능력을 문제 삼아 어른이 아이를 나무라듯 "한국은 신중하라"고 경고하는 것은 형평성을 무시한 대국논리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시비에 대해 애초부터 안보주권 논리로 대응했어야 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제는 북핵을 두둔하는 중국에 야속하다고 불평하기에 앞서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북한의 핵무장에 제동을 걸거나 중국을 화들짝 놀라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는 한국의 대응적 핵무장이겠지만, 이는 미국의 정책에 반하는데다 대외의존적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해주고, 대신 한국의 핵무장은 물론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금지하지 않는 농축과 재처리까지 만류하는 '가혹한' 반(反)확산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북한이 원폭을 넘어 증폭분열탄과 수폭에 접근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한마디로 무리다. 첫째, 핵우산은 고마운 존재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국민의 불안감을 불식하기에 미흡하다. 둘째, 핵우산을 100% 신뢰하더라도 북한이 실제로 핵을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핵 그림자'를 앞세우고 도발을 일삼거나 남북관계를 지배하려 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결과론적이지만 미국이 한국의 핵 외교 역량을 억누르는 현재의 모습은 한·미동맹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동맹협력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동맹차원에서는 한국의 안보와 외교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유럽식 전술핵 재반입, 핵잠수함의 동해 상시 배치, 자동개입 조항과 핵우산 공약을 포함하는 방향으로의 동맹조약 개정 등을 추진해야 하며, 미국은 한국이 NPT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독자역량을 키우는 것에 동의함으로써 동맹 전체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이 사문화(死文化)된 비핵화공동선언을 폐기하고 농축을 통해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문제에 있어 미국은 '만류자'가 아닌 '협력자'가 돼주어야 한다. "같이 갑시다"를 외치는 혈맹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북핵 억제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전문가는 없다. 이후에도 한국은 독자적 또는 동맹 차원에서 북핵을 선제·방어·응징하기 위한 군사적 억제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사드의 배치가 동맹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기 위한 유의미한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 국민은 북핵 문제가 불거지기만 하면 애절한 눈빛으로 베이징과 워싱턴만 쳐다봐야 하는 한국의 처지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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