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인천공항 1층 남자화장실에서 발견된 부탄가스 2통. 테이프로 종이 상자에 묶인 형태였다.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베트남 환승객이 보안 검색망을 뚫고 또다시 국내로 밀입국했다. 지난 21일 중국인 환승객 부부가 인천공항 면세구역을 뚫고 밀입국한 지 8일 만에 다시 인천공항의 보안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이다. 나라의 최일선 관문(關門)이 연이어 허술하게 뚫리면서 인천공항 보안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날 오전 7시 24분 베트남인 N(25)씨가 환승객 대기 장소인 면세 구역을 벗어나 입국장 2층 A구역에 있는 자동 출입국 심사대 게이트를 강제로 열고 국내로 밀입국한 것으로 확인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N씨가 밀입국할 당시 이곳을 지키고 있던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은 2~3분 정도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N씨가 강제로 문을 열었을 때 경보음이 울렸는데도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밀입국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N씨는 베트남 하노이공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680편 비행기를 타고 오전 4시 57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5시간여 뒤인 오전 10시 10분에 인천공항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703편 비행기로 갈아탈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비행기 출발 시각을 넘겨서도 탑승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대한항공은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에 N씨의 미탑승 사실을 신고하고, N씨의 짐을 모두 내린 채 오전 10시 35분쯤 이륙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공항 안에 설치된 CCTV 등을 분석했지만 그가 밀입국한 사실을 파악하는 데 그로부터 11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날 밤 9시가 다 돼서야 N씨가 밀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경찰과 함께 N씨를 추적하고 있지만 이날 오후 11시 현재까지 행방을 찾지 못한 상태다.

국가의 관문인 인천공항에서는 최근 환승 여행객을 가장해 밀입국한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새벽에는 30대 중국인 부부 환승객이 공항 여객터미널 3층 면세 구역, 출국장 출입구, 출국 심사대, 보안 검색대 등 4단계 보안 시스템을 14분 만에 차례로 뚫고 밀입국했다. 이때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은 매뉴얼상 근무 위치를 벗어난 곳에 있는 바람에 중국인 부부는 아무런 제지 없이 빠져나갔다.

이런 일이 일어난 지 불과 8일 만에 또다시 베트남 환승객이 2층 자동 출입국 심사대 게이트 2개를 강제로 열고 밀입국하는 사건이 발생해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인천공항 직원들의 기강이 풀어질 대로 풀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N씨가 밀입국한 오전 7시 24분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근무하던 시간이다. 하지만 출입국 자동 심사대를 지켜보고 있어야 할 직원은 자리를 비워 밀입국을 막지 못했고, 이후에도 이날 밤늦게까지 밀입국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출입국 심사의 취약점에 대해 보완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엔 인천공항 1층 대합실 남자 화장실에서 부탄가스통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인천공항 1층 C 입국장 앞 대합실에 있는 남자 화장실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특공대와 폭발물처리반(EOD)은 화장실 내부를 수색해 좌변기 위에서 가로·세로 30㎝ 크기의 종이 상자에 부탄가스통 2개와 생수통 1개가 테이프로 묶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휴대용 엑스레이 기기로 분석한 결과 전선으로 추정되는 줄이 부탄가스통과 이어져 있었다. 폭발물일 가능성이 있어 경찰은 뇌관 제거 장비를 이용해 상자를 해체했다. 그러나 전선으로 추정했던 줄은 기타 줄이었고 폭발을 위한 뇌관이나 폭약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부탄가스통 등을 수거해 정밀 감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누가 어떤 의도로 가져다 놨는지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며 "인근 CCTV를 확인해 용의자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