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中 서로 북핵 딴소리, 이제 '핵개발' 공론화 피할 수 없다

조선일보
입력 2016.01.28 03:23

27일 열린 미·중 외무장관 회담은 예상대로 손에 잡히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강력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내놓지 못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제재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딴소리를 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중국의 입장은 희로애락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중국의 태도로 볼 때 북·중 교역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는 미·중 합의도 북한의 숨통을 조일 수준엔 미치지 못할 것이 확실해졌다.

북한은 그동안 유엔 제재에 대해 그때마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로 응답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핵 포기는 없다"고 여러 차례 선언도 했다. 새로운 제재를 한들 북한이 굴복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중국의 입장이 다시 확인된 이상 북한은 거침없이 핵탄두 소형화 실험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을 통해 핵무장을 완성할 것이다. 북이 핵무장을 완성하는 순간 우리가 수십년 동안 공들여 구축한 남북 군사 균형은 일거에 무너진다. 미국을 등에 업고 사드 등 미사일 방어 체계나 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을 보강한다고 해도 잠시 심리적 위안이 될 뿐 핵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 핵을 비핵화(非核化) 재래 무기 체제로 맞서겠다는 것은 군사적으로 100대0의 격차를 감수하겠다는 말과 같다.

북핵을 중국에 미뤄온 미국이나 북의 잇단 핵실험을 묵인해온 중국을 믿고 있을 땐 지났다. 이제 우리는 자위책으로 최소한의 자체 핵무기 보유를 공론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범국민적 논의를 통해 핵보유 합의에 도달할 경우 정부는 이미 휴지 조각이 돼버린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부터 폐기해야 한다.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등 최소한의 핵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미(對美) 협상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무리한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한·미 동맹의 균열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 이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에 큰 시련을 안길 것이다. 자체 기술력을 기른다고 해도 삼엄한 강대국들 감시망 속에서 원료를 획득해 핵무기를 완성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하지만 6자회담이나 제재 조치가 아무 효과를 내지 못하고 미·중마저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상황에서 북의 핵무장을 구경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북은 우리를 침략해 강토를 불바다로 만들었고 휴전 상황에서도 온갖 테러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호전적이고 비이성적인 집단이 핵무기까지 갖추면 대한민국을 어떻게 대할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북이 돌연 대한민국에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중국이 막아줄 것인가, 미국이 막아줄 것인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하는 것을 보면 설혹 미국이 우리를 도와준다 해도 서울이 잿더미로 변한 뒤에나 겨우 행동에 나설 것이다.

북핵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중국·일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다. 아무 기약 없이 핵 주권을 포기하고 핵무장론을 금단(禁斷)의 금고 속에 봉인해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찬반토론]
북핵 대비 한국도 '핵무장' 해야할까? 찬성 vs.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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