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입국에 뻥 뚫린 인천공항, 테러는 어떻게 감당하겠나 ]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의 4개 보안 시스템을 뚫고 밀입국했다가 나흘 만인 25일 충남 천안에서 검거된 중국인 남녀 2명은 애초부터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 밀입국을 계획했던 것으로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조사 결과 확인됐다.
26일 출입국사무소와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중국인 허모(31)·펑모(31)씨는 부부(夫婦) 사이로, 한국에 일자리를 알선해주겠다는 브로커에게 6만위안(약 1093만원)씩 총 12만위안을 주고 밀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족 출신인 부부는 출입국사무소 조사에서 "이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고, 불법 취업을 위해 이번에 처음 한국에 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출입국사무소 관계자는 "브로커가 두 사람에게 국내 취업 알선책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고, 허씨가 그 번호로 전화를 거니 '천안으로 오라'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출입국사무소는 허씨 부부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밀입국을 위해 베이징을 출발한 허씨 부부는 제주공항과 일본 나리타공항을 거쳐 대한항공 KE002편을 타고 지난 20일 오후 7시 31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다음 날인 21일 오후 8시 17분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로 갈아타기까지 환승 시간은 25시간 정도였다. 이들은 이때 환승 관광 허가를 받아 입국한 뒤 잠적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굳이 일본을 경유한 것은 선진국에서 입국하면 환승 관광 허가를 받는 데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런 목적으로 일본뿐 아니라 호주나 미국을 경유해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례가 간혹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허씨 부부는 처음 태연히 입국장으로 들어오려다 제지를 받았다"며 "이후 환승 여행객 관광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항 내에 머무르다 새벽 시간에 보안 시스템을 뚫고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