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등에 흐르는 건 땀이었다

    입력 : 2016.01.26 08:16

    [포항 스틸러스 축구선수 훈련, 기자가 사흘간 뛰어봤습니다]

    - 90분, 그냥 뛰는게 아니더라
    "웃음이 나옵니까? 멀었네요"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훈련 10분에 다리가 후들거려
    5시간 훈련 끝나고 숙소가는 길, 계단 못올라가 기어가다시피…

    - 축구 선수 아니어서 다행
    발바닥 고통에 자다가 서너번 깨…
    식사는 성인 남성 두배의 열량, 지겨울 정도로 고기는 실컷 먹어

    "웃음이 나는 걸 보니, 아직 덜 힘든가 봅니다!"

    주말인 23일 오전 10시 경북 포항시의 K리그 포항 스틸러스 훈련장. 칼바람이 불어오는 영하 10도 혹한에도 등줄기엔 땀이 쏟아졌다. 장애물을 두고 스텝을 밟으며 공을 다루는 '코디네이션 서킷'을 뛰었다. 프로축구 선수들이 하루 세 바퀴를 돈다는 이 코스를 단 한 번 돌았을 뿐인데 다리가 후들거리고 현기증이 났다. 최종범(37) 포항 스틸러스 15세 이하팀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코디네이션'이라 부르는 장애물 지형은 모두 11개로, 하나를 20초 안에 주파해야 한다. 오전 훈련을 마치자 "몸 풀었으면 오후에는 연습 경기 뜁시다"라는 비보가 들렸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2박 3일간 프로축구 선수와 같은 훈련을 하고, 같은 밥을 먹고, 선수들이 쓰는 방에서 잠을 자 봤다. 포항 스틸러스가 주최한 K리그 최초의 프로축구 선수 체험 프로그램인 '유 아 스틸러스(You are STEELERS)'에 참가했다. 한파주의보가 떨어진 날씨에도 전국 축구팬 21명이 훈련장에 모였다.

    ◇"더 이상 못 뛰겠습니다"

    코치진은 "가볍게 몸을 풀어준다는 생각으로 하라"고 했지만 우리 참가자들은 오전 훈련 시작 10분 만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이래서 하루를 버틸 수 있겠느냐"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두 바퀴를 돌려고 했던 '코디네이션 서킷'은 결국 한 바퀴 만에 끝났다. 참가자 일부가 견디지 못하고 드러누운 탓이다. 훈련 1시간 만에 근육통을 호소하며 얼음찜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23일 K리그 포항 스틸러스 훈련장에서 2박3일 프로 축구 선수 체험에 나선 본지 임경업 기자가 숨을 헐떡이는 모습. 코디네이션(기본기를 위한 장애물 넘기)훈련을 단 10분만 소화했을 뿐인데도 어지럽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종일 빡빡한 일정이 이어졌다.
    23일 K리그 포항 스틸러스 훈련장에서 2박3일 프로 축구 선수 체험에 나선 본지 임경업 기자가 숨을 헐떡이는 모습. 코디네이션(기본기를 위한 장애물 넘기)훈련을 단 10분만 소화했을 뿐인데도 어지럽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종일 빡빡한 일정이 이어졌다. /김종호 기자

    오후 연습경기 때는 다리가 풀려서 헛발질을 했다. 숨을 쉴 때마다 찬 바람이 훅훅 들어와 폐는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경기 후에는 다리가 굽혀지지 않아 기다시피 손잡이를 붙잡고 계단을 올라야 했다.

    훈련을 마치고 선수 목욕탕에 들어가려는 순간, 트레이너는 "근육 손상을 막으려면 꼭 냉탕에 들어가야 합니다. 실제 선수들도 그렇게 합니다" 하고 소리쳤다. 찬물 목욕이 근육 손상을 막아준다는 이유였다. 차디찬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억" 소리가 절로 났다. 그렇게 온탕과 냉탕을 20분간 오가니 몸에 감각이 사라졌다. 다음은 마사지 시간이다. 트레이너가 아킬레스건과 종아리를 누르는 순간 비명이 나왔다. 이대연 트레이너는 "축구를 하면 아킬레스건에 평소의 10배가 넘는 부하가 걸린다"며 "선수들은 스스로 마사지를 할 만큼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고 했다.

    기자가 체험한 프로축구 선수의 하루 기록표
    저녁을 먹은 뒤엔 또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장 집합이었다. '마무리 운동'으로 프로그램 18가지를 소화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아찔했다. 아령을 비롯한 기구를 활용하고, 러닝머신에서 뛰었다. "지금 운동해야 내일 아침에 걸을 수 있다"는 코치 말에 1시간 동안 땀을 흘렸다. 웨이트트레이닝이 끝나자 팀 미팅이 시작됐다. 축구 비디오 영상을 분석하고, 팀 전술을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오후 10시에야 침대에 누웠다. "축구를 하는 직업이 아니라 보는 직업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발바닥이 아파 새벽에 서너 번 잠에서 깼다.

    ◇한 끼에 고기 반찬만 세 가지

    클럽하우스에서 먹은 일곱 끼는 '고기가 지겨울 정도'였다. 아침을 제외하고 점심·저녁에는 고기 반찬만 세 가지가 나왔다. 아침은 빵과 밥이다. 선수들은 한 끼에 계란 프라이만 3개씩 먹는다고 한다. 김지윤 영양사는 "선수들의 하루 식단 열량은 5000㎉로 일반 성인 남성 하루 열량(2500㎉)의 두 배"라며 "운동량이 많고 근육 손상이 많은 만큼 육류 위주의 고단백 식단을 짠다"고 했다.

    ◇"어떻게 만든 90분이었는지 알았다"

    24일 마지막 일정인 포항제철중 축구부와 벌인 경기에서 참가자 팀은 2대4로 졌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송승민(19)씨는 "짧은 시간이지만 진짜 선수가 된 기분이었다"고 했다.

    참가자 중 최고령인 류기락(42)씨는 다리를 절뚝이며 클럽 하우스를 나섰다. '20년째 포항팬'이라는 그는 "직장에 휴가를 내고 대전에서 왔다"며 "그동안 선수들이 보여준 90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았다"고 했다. 기자가 머물렀던 포항 오창현 선수 방엔 선수들이 발목 강화 운동에 쓰는 굵은 고무줄이 책상다리에 묶여 있었다. 3일의 일정이 끝나고 나서야 그 고무줄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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