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는 딸의 선물을 고르러 온 캐롤(케이트 블랜쳇)을 처름 만난다. 그녀를 보고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캐롤 역시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감정적인 평화를 느낀다. 사실 그녀는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이다. 무너져가는 결혼생활을 일으켜보려고 하지만, 남편보다 테레즈에게 더 끌린다.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두 사람은 결단을 내린다. 과연 두 여자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영화 '캐롤'(감독 토드 헤인즈)은 파격적이고 신선한 작품이다. 우연한 마주침으로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는 보통 남녀간의 관계에서 등장한다.

이 영화는 그 '편견'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했다. 여자끼리의 사랑에 대해서 편견없이 봐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그런 사랑의 방식을 이해해줄 수 있는지 등 묵직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일단 사람과 사람의 사랑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감정, 그 사랑의 근거와 정체성에 대해서 담담히 풀어냈다.

영화의 매력에 빠져든 사람이라면 보편적 사랑의 방식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끌리는 데는 이유가 없고,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끌리지 않는지 그 여부만 정확히 알 수 있을 뿐이다.

이 영화는 '리플리'(감독 앤터니 밍겔라)를 탄생시킨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1921~1995년)의 자전적 소설인 '소금의 값'을 원작으로 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은 원작을 재해석해 195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를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과도기 속에서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당시 여자들 사이에서는 동성애 간의 사랑은 거의 없었고, 지금보다 더 완고한 시대였다.

영화는 그 시절 남자들 간의 사랑보다 더욱 금기시됐던 사랑에 대해서 독특하게 풀어낸다.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 감독의 연출과 미술이 돋보인다. 특히 캐롤의 화려한 의상이 눈길을 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각 캐릭터들의 강한 개성과 배우들의 명연기다.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는 극 중 인물에게 빙의라도 된 듯 온몸으로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탁월한 연기가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시킨다.

여기에는 두 남자배우의 역할도 컸다. 캐롤 남편 하지(카일 챈들러)와 테레즈 남자친구(제이크 레이시)가 여배우들과 함께 멋진 연기적 앙상블을 이뤄냈다.

사실 동성애에 뚜렷한 해답은 없다. 두 여자의 사랑을 섬세하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했다. 흔들리는 눈빛과 표정 연기가 압권. 캐롤에게는 감정이입도 하게 된다. 그녀는 20대의 테레즈와는 처지가 다르다. 결혼을 했고 네 살배기 딸이 있기 때문에 테레즈와 사랑을 이루면 잃을 것이 많다.

'캐롤'은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촬영상, 음악상, 의상상 등 6개 부문 후보 지명과 호주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렸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요즘 보기 드문 수작이다. 동성애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2월4일 개봉, 118분, 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