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위 '매의 눈'… 테니스공 솜털까지 본다

조선일보
  • 석남준 기자
    입력 2016.01.21 03:00

    [진화하는 전자 판독 '호크아이']

    초고속 카메라 10여대가 촬영… 3차원으로 변환해 궤적 보여줘
    이번 호주 오픈 남자 단식에서 '호크아이'로 34% 판정 번복
    "재미 반감" 비판도 있지만 축구·크리켓 등 활용 늘어

    지난 19일 오후(한국 시각) 호주 멜버른 마거릿코트 아레나. 호주 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세계 랭킹 4위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31·스위스)와 맞붙은 드미트리 투르수노프(34·러시아)가 1세트 11게임 듀스 상황에서 회심의 샷을 날렸다.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고 투르수노프는 비디오 판독(챌린지·Challenge)을 요청했다.

    관중들은 결과가 나오는 10초간 박수를 치며 전광판에 시선을 고정했다. 곧 투르수노프가 날린 공의 궤적과 함께 인(In)이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투르수노프의 공은 1㎜ 정도가 라인에 닿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전자 판독 시스템 '호크아이(Hawk-Eye)'가 투르수노프가 원한 판정을 내린 것이다. 호크아이는 우리말로 '매의 눈'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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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크아이 작동 방식
    호주오픈에서 자주 등장하는 호크아이의 원리는 이렇다. 코트 천장 곳곳에 설치된 10~14대의 초고속 카메라가 공의 궤적을 촬영한 뒤 이를 3차원으로 변환해 화면에 보여준다. 여기에는 시속 200㎞를 넘나들며 회전까지 걸린 테니스공이 떨어진 지점을 예측하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가 바탕이 된 통계도 적용된다. 2001년 처음 개발됐을 때 오차 범위는 5㎜ 정도였지만, 업그레이드를 거듭해 현재 오차는 3㎜가 됐다. NH농협은행 박용국 감독은 "진화를 거듭한 호크아이는 현재 테니스공의 털이 선에 닿는 것까지 판단하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개막한 호주 오픈에서는 이틀간 남자 단식 부문에서 329번의 챌린지가 있었고, 이 중 33.74%에 달하는 111개가 호크아이를 통해 판정이 번복됐다.

    호크아이는 인간 시력의 한계 때문에 도입됐다. 초당 340프레임을 포착하는 호크아이와 달리 인간의 눈은 보통 초당 10~12프레임 정도를 포착한다. 또한 인간은 망막에 전달된 정보가 시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되는 데 0.1초가 걸린다. 찰나에 불과한 공과 라인의 접점을 정확하게 보는 데 인간의 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호크아이는 공정한 경기를 위해 도입됐지만, 비판도 적지 않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안 그래도 점잖은 테니스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와 고성까지 사라지면 재미가 반감된다" 등의 비판이다.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대표적인 호크아이 반대론자다. 실제 페더러는 대회에서 호크아이의 판정을 두고 종종 심판에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나스닥100 오픈(미국 마이애미)에서 공식 데뷔한 호크아이는 테니스를 넘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리스가와 같은 프로 축구리그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축구에선 공이 골라인을 넘어갔는지 판독하는 데 사용된다. 크리켓에도 도입되는 등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특히 도입 10년이 지나면서 호크아이는 주요 테니스 대회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한국도 지난 2012년 1억2000만원을 들여 호크아이를 KDB코리아오픈 대회에 처음 도입했다. 현재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호크아이가 적용되지 않는 대회는 프랑스 오픈이 유일하다. 프랑스 오픈은 바닥에 공 자국이 남는 클레이코트(점토 코트)에서 열리기 때문에 이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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