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수당'을 희망의 동아줄로

조선일보
  •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입력 2016.01.21 03:00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사진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요즘 청년들의 처지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필자가 청년일 때는 정치적으로는 암울해도 취업 측면에서는 행복했다. 고성장 시대라 회사마다 인재를 영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저성장 시대라 새로운 일자리는 적고, 제조 공장은 자동화되거나 해외로 이전했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청년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을까?

    필자가 교편을 잡고 있는 학교에 생활비가 없어서 나이트클럽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교재도 사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중 한 학생에게 어떻게 교재 없이 수강할 거냐고 물어보니, 수업 시간에 나눠 주는 유인물로 공부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학생이 교재를 가지고 공부하는 다른 학생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매 학기 출판사에서 교재용 책 두 권을 협찬받아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교재를 받은 학생 중에는 팀 과제 리더가 되어 활동을 주도하는 학생이 여럿 생겼다. 처지가 어려운 학생이 작은 도움에 용기를 얻어 더 열심히 공부하는 계기가 된 사례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수당' 정책의 취지도 이와 비슷하다고 이해한다. 이 정책은 미취업 상태인 저소득층 청년들에게 한 달에 50만원씩 최대 6개월을 지원하려는 계획이다. 저소득층 청년들은 진로 탐색을 위한 정보가 많지 않고,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청년들에게 사회의 배려가 필요하다.

    필자는 학교에서 눈앞에 닥친 일을 하다 보면, 실제로는 더 중요한 일을 못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도 마찬가지 같다. 청년들이 오늘의 생활비를 버느라 아르바이트에 몰두하다가, 더 중요한 인생의 진짜 직업을 구하는 활동을 못 하고 있다. '청년수당'은 저소득층 청년들이 미래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실업 상태의 청년을 지원하는 여러 가지 창의적 정책을 파일럿 테스트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침체를 겪던 MBC가 2015년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복면가왕'을 시험 제작했다. '복면가왕'은 기성 가수 등이 정체를 숨기고 순수하게 노래로만 평가받는 신선한 시도로 재미를 선사하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지자체와 정부도 청년 자립을 돕기 위해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를 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우려하는 것처럼 청년들이 서울시 재정만 축내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많은 사람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말고,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해당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3000명이 아니라 1500명에게 50만원을 12개월 주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

    청년들이 국가와 지자체에서 실질적 배려와 관심을 받을 때 "국가가 나를 보호해 주는구나!" 하고 느끼고 애국심과 긍지를 갖지 않을까? 그러려면 청년들이 단순히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정책을 잘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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