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韓中관계는 '70점'이다

조선일보
  •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입력 2016.01.21 03:00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사진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중국 정부가 외국에 직접 말하기 곤란한 내용을 대신 발표해 상대국의 반응을 종종 떠본다. 이달 15일 자 사설 역시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한국 사회를 향해 중국 정부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고 있다. 사설은 먼저 '한국 사회가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에 놀라 당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불안감을 중국을 향해 쏟아내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란봉악단이 중국 공연을 취소하고 돌아갔듯이 중·조관계는 매우 복잡한 관계'라며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를 하겠으나 여러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을 중국 혼자서 질 의무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핵실험 당일 "6자 회담 틀 안에서 한반도 핵문제를 논의하자"는 상투적인 성명을 냈다. 베이징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요즘 북핵보다 한국의 사드 배치를 더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런 반응을 볼 때 북한이 앞으로 5, 6, 7차 핵실험을 더 하고 핵 능력을 고도화해도 중국은 여전히 "관련국은 냉정을 유지하라"는 틀에 박힌 말만 되풀이할 게 분명하다. 중국의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라며 북핵 문제에서 한 발짝 비켜 있는 상황에서 중국 혼자 중·북 관계의 파탄을 무릅쓰고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혼자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 곧 마땅히 해야 할 역할까지 회피하는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중국의 대북 제재 보따리 속에는 강력한 카드가 많다. 대북한 무역과 금융 제재, 여행 제한, 북한 노동자 취업 제한, 원유 공급 중지 같은 카드 2~3개를 빼들면 북한이 무너지진 않아도 김정은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그럴 생각이 없다. 북한도 이 점을 잘 알고 이용한다. 중국이 '악동(惡童)'의 나쁜 행동은 방치하면서 그 악동에 대한 '엄한 벌주기'는 말린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김정은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진핑 주석 역시 '핵을 가진 북한'보다 '미·일을 끌어들이는 북한'을 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은 불변이다. 중국에 북핵은 한국처럼 사활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것이 '역대 최고'라는 한·중 관계의 현주소다. 작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까지 참석했지만 중국의 입장에 큰 변화는 없다. 중국을 상대로 외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한 외교관은 "한·중 관계를 점수로 매기면 70점"이라고 평가했다. 90점 이상을 기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현 단계에선 6자 회담 5개 당사국이 최대한의 대북 제재안을 끌어내 철저히 시행하는 것만이 현실적 선택지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에 목을 맨다고 획기적인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가 한민족의 생존권 확보에 필요한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결단을 내리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북핵 위협이 수폭 단계까지 온 지난 20여 년간 한국은 미국만 바라보고 공담(空談)으로 세월을 보냈다. 이제는 미사일 방어망 구축과 미 전술핵 재배치, 나아가 비핵화 무효화 선언과 독자 핵무장 가능성까지 모두 열어두어야 한다. 한국이 일만 터지면 주변국에 손 내미는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 스스로 행동할 단호한 의지를 보일 때 강대국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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