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더민주당은 김종인 위원장 체제의 선대위를 다음 주 중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문 대표가 물러날 시기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2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문 대표는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10월 지방 재·보궐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했다. 그때마다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았으나 거부했다. 그 결과 안철수·김한길 의원을 포함한 비주류 및 호남권 의원들이 '친노(親盧) 패권주의 청산'을 주장하며 대거 탈당했다. 이렇게 분당(分黨)에 이르게 된 책임이 탈당한 인사들에게도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친노·운동권 주류 세력의 기득권 집착에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 선 사람이 바로 문 대표이다.
문 대표는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분당 사태에 대해서는 한마디 사과나 반성의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탈당한 사람들을 향해 '명분 없는 탈당' '지역 볼모 구태 정치' 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정당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자기의 과오를 남에게 떠넘기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정치 지도자의 태도는 못 된다.
문 대표가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김종인 전 의원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정권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던 국가보위비상대책위(국보위) 참여로 정치를 시작한 인물이다. 이후 여러 정권에 걸쳐 비례대표만 네 번을 했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의 국보위 경력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지 않고 '이승만 국부(國父)' 발언을 한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비난했다. 이런 정치인에 대해 문 대표는 '경제 민주화의 상징'이라며 무작정 치켜세우면서 탈당한 사람들은 비난했다. 제 얼굴의 흉은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는 회견에서 "(야권) 통합의 물꼬를 터야 한다"며 정의당, 천정배 의원의 신당 등과 이미 대화를 해왔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만약 그렇게 되면 사실상 분당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그럴 거라면 도대체 그동안 벌어진 분란은 도대체 무엇이고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는 말인가. 문 대표가 진작 물러났더라면 국민을 피곤케 하는 이런 일이 아예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문 대표는 총선에서 정권 교체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인정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에 대한 생각을 접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당연한 얘기다. 문 대표는 그에 앞서 야권을 분열에 이르게 한 책임부터 통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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